[여름낭만일기] 본질이 빠질 수 없지

in Korea • 한국 • KR • KO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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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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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춘자, 대문 달기 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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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메리카노! 막 만들었는데 왜 맛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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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으로 만든 파니니 한결 깔끔한 비쥬얼

도착해보니 이미 손님이 있었다. 지하 방음 견적을 내주실 마법사님의 지인분 또 광희 작가님의 친구이자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를 준비하셨던 M님. 라라님과 젠젠님은 식빵으로 파니니를 한창 만들고 있었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속에서 굴하지 않고 여유를 실천하는 20세기 여름 프로젝트, 저희가 좀 slow의 가치관을 전파 중입니다.

시식해보신 분들이 식빵보다는 치아바타 쪽이 훨씬 맛있다고 했지만 우리가 가진 파니니 기계 상황과 숙련도에 의해서 식빵으로 파니니를 결정했다. 왜 내 입맛에는 큰 차이가 없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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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 커피 강습을 받는 날이라고 알고 온 우리와 다르게 이건 절대 강의도 강습도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시던 M님, 실습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칼리타, 하리오, 케맥스 드리퍼를 손수 가져와주셨는데 놀랍게도 이제까지 마법사님이 내려주신 커피는 가장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전문가용 드리퍼 칼리타였다. 우리는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었는데, 전문가 M님 말에 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고.

집에서 케맥스를 사용한다. 순전히 모양이 예뻐서 골랐는데 알고보니 초보자도 쉽게 내릴 수 있는 드리퍼였다. 대용량에 맛도 균일하다고. 오! 다행이야. 드립커피를 내릴 거라면 케맥스를 추천한다고 하셨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괜찮은 커피 아이디어를 남김 없이 모두 공유해주셨다. 이렇게 귀인이 또 한 분 생겼다.

꼭 한 번이라도 원데이 클래스라도 들어보라고 신신당부에 이후 카카오톡으로도 유용한 정보를 공유해주셨다. 카페를 운영해야하는데 커피는 마실 줄이나 알지 아는 게 없다.

마법사님의 마메리카노를 제외하고 여러모로 검토한 결과 드립커피는 결국 하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커피에 더욱 진심이 되면 모르지 커피를 아주 잘하고 싶어질지도.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기 전, 마법사님이 이 카페의 본질적인 목적과 규칙에 대해서 어느 정도 합의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크게는 두가지 이슈였다. 어디까지를 '감정 노동'의 영역으로 바라볼 것인지 이 카페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는 서로 합의가 되어 있는지.

'감정 노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대전제에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세부적인 상황에 관해서 지금 말한다고 정할수도 없고 개인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허용 범위도 제각기 다를 것이다. 너무 술 취한 취객은 에둘러 거절하고, 무례한 요구에 대해서 정중하고 예의있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이 필요하다. 그걸 실제로 잘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경험으로 알 수 있게 되겠지.

카페의 정체성은 명확하다. '커뮤니티 공간', 위에서 보다시피 F&B에 뛰어난 사람도 없고 인테리어 측면에서 팬시하고 모던하고 특별한 힘을 쓸 수도 없다. 우리가 가진 것과 잘하는 것은 이야기와 교류이고 우리가 하고 싶고 하기로 했던 것 역시 여름 내내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재미난 일을 만들고 상호작용이 생겨 흔적이 쌓이고 이야기를 만드는 거다.

물론 그렇다고 엉망인 서비스와 메뉴를 내놓을 수 없는 일이지만, 다소 혼란해지는 상황에서 '커뮤니티'에 집중하기로 했다. 메뉴는 최대한 간단하게 감당할만큼만 이후에 차차 늘리거나 개선하는 것으로. 메뉴를 만들거나 음료를 제조한다는 이유로 사람들과 교류없이 하루종일 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곤란하다.

'본질'적 의미, 목적이 분명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향후 곤란한 문제나 선택지가 나타날 때마다 궁극적인 방향이 되어줄 것이다.


집에 가기 전에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마법사님이 본질대화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 보통, 본질대화 합시다 하면 절대 나오지 않는 게 또 본질대화인데. 약간 당황했지만 평소 궁금했던 마법사님에게 마구 질문을 던졌다. 일단 라라님이 두 사람의 첫인상부터 물어봤지만, 첫 인상이라기엔 라라님께 들었던 이야기와 단서가 너무 많아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마법사님은 다른 건 모르겠지만 눈에 총기가 가득했다. 뭔가 소년의 느낌 물론 그 총기는 술을 드시면 사라진다.

의외로 마법사님은 나의 질문에 적극적이고 깔끔하게 대답을 해주셨다. 30분이 후루룩 지나갔다. 마법사님은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한 게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라 말해주었다. 나는 궁금한 게 100개도 더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역시 이런 대화를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재밌어 한다는 걸 깨달았다. 피곤하더라도 이런류의 대화를 하면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background' 이 말이 신기해서 몇 번이나 음미하는 중이다.


p.s. 간단한 메모를 해놓기 했지만 기억이 마구 사라지고 있다.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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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역시...자세한 리뷰는 메모에서 나오는 것...전 오늘 20세기 소년에서 포스팅했는데 너무 기억이 안나서 애먹...마법사님은 술을 너무 마셔서라고 일침...제가 일찍 가고 벌어진 본질대화의 시간을 놓친 게 아쉽네요 또록.

거짓말처럼 메모하지 않은 기억이 모두 사라져버렸어요.

술을 너무 마셔서 매일 매일 마셔서 매일매일 젠젠데이라

하하하, 마법사님에 대해서 마법사님의 말투로 들으니 참 재미지더라고요 :D

마법사님 처음 뵀을때 홍상수 느낌이 났었어요 ㅎㅎ

제가 홍상수 감독 얼굴을 잘 몰라서요, 사진을 보니 이미지가 좀 닮으셨네요.

 5 years ago 

운영기간중에 몰래간 손님으로 몰래 맛있는 컵희 한잔 먹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대놓고 포스팅해야징 ㅋㅋㅋ

가는날연락주라엉아가파니니사줄께

 5 years ago 

몰래갈거라니깐 ㅋㅋ

ㅋㅋㅋㅋㅋㅋ 알아봐도 모른 척 해야하나 포스팅 대환영입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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