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image.png


5월 하면 생각나는 꽃은 카네이션이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카네이션을 선물 받는다면 어쩐지 코끝이 시리고 추억이 그리워질 것이다. 그러나 지난 회사에 다니며 카네이션의 특별함을 알게 되었다. 굳이 5월이 아니라도 카네이션은 관상하기 좋은 꽃이다. 색상이 다양하고, 보면 볼수록 예쁜 데다가 그 어떤 꽃보다도 꽃병에 꽂아두고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을 살 때면 나도 모르게 제일 먼저 카네이션을 확인하게 된다.

그 회사에 다닐 때면 어버이날을 앞둔 금요일 거대한 꽃바구니를 하나씩 선물 받았다. 사람이 꽉 차 발 디딜 곳 없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괴물 같은 꽃바구니가 망가지지 않게 주의를 기울였다. 버스에 앉으면 아무리 애써도 바구니 한쪽이 옆 사람을 툭툭 쳤다. 부모님 집에 도착한 나는 한쪽 팔이 떨어질 듯 아팠고 등 뒤와 이마는 땀으로 범벅되었다. 오랜 짐에서 해방되는 듯 카네이션 바구니를 서랍장 위에 재빨리 올려다 두었다. 물을 마시고 밥을 먹고 한숨 돌리고 나서야 카네이션이 망가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렸다.

"엄마, 이거 매일 물을 뿌려야 오래 살아."

엄마는 늘 건성으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떠난 후로 카네이션이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 거대한 카네이션 바구니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도 알 수 없다. 회사를 그만둔 후로 더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사가지 않는다. 올해 엄마는 어버이날 아줌마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고 아빠는 혼자 모내기를 하신다.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전하지 않은지 20년은 더 지났다. 어릴 땐 색종이나 모조지로 카네이션을 만들고 부모님께 편지를 썼다. 이제 나는 꽃바구니 대신 현금을 준비해도 부모님이 서운해하시지 않을 거라 믿게 되었다. 카네이션은 감사와 존경, 5월의 상징보다는 일상 속 기분전환을 위한 꽃이 되었다.


-2021년 5월 8일, by 고물

Sort:  

안녕하세요 fgomul님

랜덤 보팅!!

소소하게 보팅하고 가요

Turtle-lv1.gif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전하지 않은지 20년은 더 지났다.

저도...ㅎㅎㅎ
머리로는 언제나 인식하고 있고,
마음속엔 언제나 담겨져 있지만
참 직접 말하기엔 너무나 쑥쓰럽고 민망한,
그래도 가장 예쁜 말인 것 같아요 'ㅡ' ㅋㅋㅋㅋㅋㅋ 뭐래니 나....ㅎㅎㅎㅋㅋㅋㅋㅋ

상대적으로 고맙다는 자주 하는데 사랑한다는 말은 하기가 매우 어렵죠. 외국 영화에서 전화 끊기 전 알러뷰 하던 장면이 어찌나 낯설던지! (근데 그게 좀 부러웠나봐요 ㅋㅋ)

부모님께 카네이션 모양의 초와 케이크를 드리거나 용돈만 드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카네이션 화분을 드려봤는데 좋아하시네요. 카네이션은 잘 키우면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다고 그러시더군요.

오우 카네이션 화분이란 선택지도 있었군요! 예전에는 이동수단이 불편해서 화분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엔 저도 화분을 생각해봐야죠. 아무래도 마음을 쓰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겐 감동이 되는 듯 해요. rrow님의 말을 들으며 반성하게 되네요. 하핫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5
JST 0.030
BTC 65269.02
ETH 2653.11
USDT 1.00
SBD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