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주고 사먹어보니 알겠구나.

부모님 뵈러 본가에 가면 항상 두 손 그득, 트렁크에 가득차도록 뭔가를 받아오곤 한다. 넌지시 챙겨주기를 기다릴 때도 있고 귀찮다며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받아오는 것도 있다. 받아온 것들의 대부분은 냉장고와 찬장에 한참동안 머물러 있다가 조금씩 조금씩 먹어치워 어느 순간 냉장고 공간에 여유가 생기게 된다. 그 때쯤이면 또 명절이나 집안 행사 날짜가 다가오고 본가에 가서 이것저것 받아와 냉장고는 다시 가득찬다. 김치가 그렇고 멸치가 그렇고 꿀이 그렇고 쌀이 그렇고 참기름이 그렇다.

그런 이유로 멸치를 내가 직접 마트에서 사 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한 박스에 1.5kg짜리 행사상품. 집에 와서 손질을 시작해보니 내가 예전에 알던 그 멸치가 아니었다. 가공과정이 어땠는지 눌리고 터지고 비늘은 빛을 잃었고 내장은 아직 꾸덕꾸덕하니 덜 말랐고. 지금까지 정말 좋은 멸치를 받아와서 먹었구나, 뒤늦게 깨닫는다. 멸치도 시장이나 마트 아무데서나 볼 수 있지만 아무데서나 사서 먹는 게 아니라는 걸.

남해의 수협을 지나갈 때 보았던 그 빛나는 은비늘과 곧게 뻗은 자태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다음 번에 본가에 내려가면 어머니의 단골집을 여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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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반찬이나 쌀 등 농산물 받아쓸때는 몰랐는데..
직접 마트에서 사려고보니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어찌나 돈이 아깝던지요..
부모님이 주시는건 모두 사랑입니다^^

같은 심정이시네요. 이런 게 한두개가 아니죠ㅎㅎ

외할머니 댁(나머지는 모두 가버렸습니다.) 참기름과 고추장은 정말 엄청나게 맛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으로 가실 것 같군요.

아이고, 마지막 문장이 슬프네요.

저는 외할머니께서 안깐마늘 몇뭉탱이를 주신적있는데
대야에다 물받아서 하루종일 깐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매워서 눈물이 나는데
알고보니 그냥 눈물이었어요

ㅎㅎㅎ자취 생활 초반에 겪던 일인데 나이가 들어도 종종 겪게 되네요. 아마 최종보스는 각종 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

좋은 건 따로 있네요 ㅎ

오늘도 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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