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금요일

어제 점심 먹고 급히 들어가는 길에 발길을 멈추지 않고는 못 배기는 앨리스의 토깽이 그림과 간지나는 여우의 Just don't Quit! 문구

음 오늘은 어제 특별히 친절하게 응대했던 분이 또 통장 사본을 보내주셨다고 소환당했다. 당연히 어제 대화를 토대로 새로운 통장으로 변경건인 줄만 알고 그리 전달했다. 타부서 팀원분은 처음 일 가르쳐준 우리부서 분께 일을 맡겼다. 그분이 내게 와서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대답을 했더니 왜 다짜고짜 사정도 모르고 자기를 소환하냐고 물었다. ???? 내가 소환한 거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런 경우 (자기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웠다.

그때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확인을 못했는데 채널톡 확인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그제서야 왜 그 분이 좀 황당해했는지 사태가 파악이 되었다. 고객님께 전화해보니 실수로 다시 해야하는 건 줄 입력하다가 타부서 분 레이더망에 걸려서 통장 사본을 요청하길래 다시 보낸 것 뿐이란다.(한 마디로 대삽질)

사태 파악하고 우리부서 소환당한 분에게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추정해서 잘못된 사실을 전달해서 죄송하다 사과를 했다. 그분은 평소 차가워서 뭘 물어보기도 어려운 타입인데 내 사과에 괜찮다고 그럴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 사과를 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예전 같았으면 억울할 수 있고 (사실 왜 자길 소환했냐는 질문엔 억울했지만서도) 전체 맥락을 보면 어쨌든 확인을 똑바로 하지 않은 (고객의 오류를 고려 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다음에 이어 전화를 드린 새로운 고객님께 간판 사진 식별 문제로 다시 사진을 보내줄 수 있다고 물었다가 혼쭐이 났다. (이쯤되면 서류 봐주시는 분들이 오랫동안 실제 작성을 하지 않아 트렌드가 바뀐 걸 모르시는 것 같다...아니다 그 분도 또 한 번 요구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저렇게 나오니 한 번 더 요구하지 못하고 포기한 것 같다.)

그는 처음 간판을 큰 사진을 보내니 다시 하라 해놓고 몇 번씩 요구하는 거냐며 매우 분개하며 내게 화를 냈다. 나는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몇 번이고 사과하고 전화를 끊었다. 음 욕 먹는 건 괜찮지만 사진이라도 주고 욕을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

좀 놀라긴 했지만 뭔가 예전에 같은 일을 여러번 하는 것에 극도의 귀찮음과 혐오를 느끼던 에너지 스쿠르지 성향이 떠올러 그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어쨌든 누군가가 기분이 상하고 불편해지면 누군가는 사과를 해야한다. 사과를 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다. L의 말처럼 사실상 돈이나 명예 같은 책임은 조금도 없으니까. 예전 같으면 에고가 다쳐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지금은 10분이면 훌훌 털어낼 수 있다.

옆자리 분은 자긴 아직 강성 고객을 만나본 적 없다며 왜 이런 일은 혜진님에게만 생기냐고 말했다. 음 뭐 괜찮습니다. 다 이유가 있겠죠.

그리고 사람이 그렇듯 20분 후 다시 전화를 거니 그 분의 음성은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옆자리 분은 마음의 법칙이란 책을 봤는데 그런 일이 생기면 입꼬리를 올린다고 말했다. 나는 그 상대가 행복하다는 상상을 해준다고 대답했다.

옆자리분도 나도 여기서 일하기 전엔 전화거는 게 불편하고 어려웠는데 지금 전화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되었다는 데 공감을 했다. 뭐든지 배울 건 있다. 별 거 아니지만 사람을 배우고 있고 나를배워가고 있다. 매일매일

명상이 많은 도움을 되고 많이 차분해지고 인내심을 배우걸 느낀다. 물론 여전히 나아갈 곳은 넘치게 많지만. 실험을 해볼 구 있도 성장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분명 내 삶이 지금 이 일을 유도해준 이유가 있을 것 같고 매일 그걸 알아가고 있다. 옆자리 분들과의 소소한 대화도 재미있고 :)

다음주부터는 일이 두 배로 밀려들거란 예고가 있었다. 그럼 시간도 더 빨리 가겠지? 이번 주 푹 쉬어야지.

모두 수고 많았어요.다들 월드컵 보는데 저질 체력인 전 오후 10시면 기절해서 잡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ㅋㅌ

2022년 11월 2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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