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바다 짧은 평
지루하다는 견해도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상당한 수작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았다.
일단 우주 공간에서의 광막함과 답답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앞 부분의 서사는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하며, 그 부분을 잘라내어 2시간 반 분량의 영화로 만들어야 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시각적인 볼거리가 많아 나는 앞 부분도 좋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현실성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에 진화한 인간의 모습을 흉측하게 묘사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나는 그 장면에서 경외감을 느꼈는데. 연기도 담백했고 볼거리도 많았으며 음악도 좋았다.
특히, 월수를 독차지하여 경제적 이윤을 독점하려는 한국 정부에 반대하여, 이를 국제 연구 기관으로 옮긴다는 메세지, 그 사이 미래 한국 정부의 추악한 이면을 밝히는 묘사도 마음에 든다. 만약 이 드라마를 중국에서 만들었다면, 틀림 없이 중국인이 세계를 구하고 찬사를 받는다는, "우주에서도 공산당 만세"라는 조악한 메세지 밖에 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은 냉전 시대 이후 미국이 90년대에 만들었던 영화들의 메세지도 대략 비슷하다.
국뽕 이런 걸 다 빼고,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10년 내 할리우드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블룸버그의 기사가 전혀 허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 이외에 이렇게 스페이스 오페라를 수준 높게 찍어낼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있나 싶기도 하다.
나는 한국 컨텐츠의 최대 강점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한국 사람들의 종특을 꼽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사회를 불행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컨텐츠의 제작으로서는 극이라는 것의 전개에 감상자가 부정적으로 인식할, 삐져나온 그 불필요한 선들을 빠르게 정리하는 데에 공헌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파나 국뽕 빼라고 조금만 뭐라고 하니 이렇게 담백한 수작이 벌써 나오다니.
이 부분을 좀 더 길게 쓰면 언론사에 투고할 수 있을지 모르나 바빠서 여기까지 쓰고 여튼 나는 흡족.
후기 궁금했는데 함 봐야겠네요!!
저는 강추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