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났다
대형로펌을 다니는 내 친구가 오래 전 내가 썼던 글을 보고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줬고, 뭔가 메이저 법조인 코스를 밟고 극단적이지 않은 관점을 가진 친구도 칭찬해준 글이라 아버지한테도 좋은 평을 들을까 싶어 내용을 공유했다가 잔뜩 혼났다.
요는 누가 돈을 주거나, 관심을 받아야 먹고 사는 직업도 아닌데 이런 건방진 글은 도대체 왜 쓰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별로 읽은 사람도, 읽을 사람도 없고, 무명인 내가 하는 말이 파급력이 없으니 괜찮다고 겨우 해명했다(사실이기도 하다).
다시 읽어보니 조금 억울한 부분도 없지는 않고 30대로서, 아니 오히려 30대니까 쓸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도 한다. 다만 논조가 건방진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아버지가 한 말 중 입이 화를 부른다는 말은 분명 맞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이가 들수록 표현의 자유와 명예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을 하지 않았다면 그가 남긴 트위터가 그렇게 조롱 받을 이유가 있었을까.
누군가한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글을 쓰는 것은 분명 아니고, 어차피 배설욕과 비슷한 그 감정이라면 그냥 막연한 가능성 때문에 입을 닫고 사는 것보다, 그냥 할 말 다 하고 평범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생각이 많이 들었다. 최근 느끼는 것과 교훈의 방향이 계속 일치한다.
신년 재결심이고 중년으로 가는 길목에서 하는 결심이지만, 나는 결코 명예를 좇으며 살지 않겠다. 하려고 작정해도 얻기 어려울지 모르나, 아마 정말 명예를 얻는다면 삶이 그로 인해 불행해질 것이고 아버지 말대로 내가 뱉은 말이 내게 돌아올 것이다. 일부러 악하게 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존경을 구하며 살지도 않을 것이고 나이가 들면 젊은이들에게 외면 당하는 현실에 안주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는 더 듣고, 자기 언동을 주의하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은 자유롭게 글로 담아낼 것이고 그 글은 늘 소수만 읽을 것이다. 행여 나중에 내가 쓴 글 중 일부가 출판물이 된다고 해도 나는 그것을 취미나 작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기지 다른 수단으로는 결코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글과 말도 더 담백하게 하겠다.
아버님과 꾸준히 소통하시는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이것은 만고의 진리긴 합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스트레스 분출 장소가 필요하지요.
익명의 뒤에 숨어서 어느정도 배설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그러게요 원래 스팀잇도 익명으로 시작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걸 못지킨 순간도 있었네요
결심이라는 것도 돌이켜보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법이더군요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 공간에 익명성을 추구할 계획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잘 지내셨죠? ㅎㅎ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