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변신

in zzan2 years ago

어제는 겨우 예약이 잡혀 치과를 갔다.
멀지도 않고 엎어지면 코가 아닌 무릎이 닿을 거리에 있는 치과도 제 때 가지 못하고
정기 검진이라고 문자가 뜨면 그 때야 미루다 미루다 비는 시간으로 예약을 잡아 찾아간다.

어제는 월요일이다 보니 오후가 되어도 대기실에 빈 자리 하나 없다. 서성 거리다 자리가 나서 겨우 앉는다. 티브이 뉴스 화면으로 시선을 고정 시키고 있어도 대기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자리도 점점 모자란다. 한 명 호출받고 들어가면 두 명이 들어오는 것 같다. 원래 월요일은 주말에 참고 있던 환자들이 몰려 혼잡하다는 직원의 설명이 실감난다.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데 젊은 커플이 들어와 새로 산 차량용 방향제 포장을 뜯었다. 짙은 향이 풍긴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앉았던 중년 여인이 냄새가 난다며 두리번 거리더니 냄새의 진원지를 확인하고 불평을 한다. 어디서 싸구려 방향제를 가지고 와서 냄새를 풍긴다며 일어서서 화장실쪽으로 간다.

졸지에 민망해진 커플들이 재빠르게 포장을 닫아 가방에 넣고 손에 남은 냄새를 맡으며 괜찮지 않느냐고 서로에게 묻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속도로 여자의 표정이 밝아진다.

실내가 건조한지 입이 마른다.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해서 물을 마시려다 옥수수 수염차가 보인다. 티백을 뜯어 물을 받으려고 하는데 내 이름을 부른다. 난처해서 들고 있는데 그 젊은 남자가 달라고 한다.

진료를 끝내고나니 배가 고프다. 시간에 쫓겨 밥 때를 놓쳤다. 무어라도 먹긴 먹어야겠는데 어떡게 할까 하며 치과를 나서는데 햄버거를 먹을까 했지만 거리가 멀어 차라리 편의점에 가서 적당한 부드러운 죽을 사먹을까 하는데 붕어빵 현수막이 보인다.

바로 그거다 하며 부지런히 갔더니 치과에서 본 젊은 커플이 사이좋게 팔장을 낀채로 봉지에 담기는 붕어빵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가 붕어빵을 먹다 활짝 웃으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하나 먹으라며 건네는 붕어빵은 슈크림이었다.

사양을 하면서 사실 나는 팥이 좋다고 하며 치과에서 있었던 일 너무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바로 이렇게 슈크림과 붕어빵처럼 서로의 기호였을 뿐이라고 했다. 예전엔 붕어빵이 오직 단팥으로 한정 되어있었지만 지금은 슈크림도 있고 앞으로 또 어떤 재료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하자 생글생글 눈이 먼저 웃는다.

입술에 묻은 슈크림을 살짝 혀로 핥아 먹는 모습도 예쁜 얼굴이 남자의 팔을 끼고 낙엽이 진 길을 건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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