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 전야
내일이 소설인데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소설에는 얼음이 얼고 첫눈이 내린다는 절기라고 한다.
우리 동네는 첫눈도 벌써 내렸고 얼음도 얼었는데
정작 겨울에 접어든다는 소설에는 비가 내리고 있으니
이런 현상을 두고 단순히 이상기온이라는 말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며칠 전 가본 산길은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공존하고 있다.
잎이 말라 오글거리는 싸리나무도 있고 요즘 많이 보이는
패딩점퍼의 충전재로 쓰이는 구스다운 같은 홀씨를 잔뜩 물고 있는
억새풀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름드리 나무밑에서 국화가 방실거리고 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시커멓게 탄 속을 드러내 보이는
자귀나무도 넋을 잃고 서있다.
이제 새싹이 나온 풀이 있는가 하면 봄날의 주인공인 진달래가
철을 모르는 분홍빛 뺨에 볕을 쪼이고 개나리도 노란 부리로
무슨 옹알이를 하려는지 눈을 맞추고 있다.
도랑 건너 제철 맞은 단풍나무가 오히려 딴전을 부리고 있다.
이렇게 비가 주룩주룩 소리를 내고 내리면 때 없이 핀 봄꽃들은
어떻게 겨울을 나고 봄을 맞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