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한 조각

in zzan3 years ago

오후에 벚꽃이 한창이라는 길을 찾아나섰다.
말 그대로 길은 연분홍 벚꽃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젊은이들도 꽃나무 아래서 한창때의 미모를 뽐내며 사진을 찍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도 보이고 연인들은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천천히 꽃을 따라 걷고 있었다.

공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자기 쪽으로 공을 던지지 않고 자꾸 다른 데로
굴러갔다. 공을 잡으러 가면서 볼멘 소리를 하더니 드디어 울음보가 터진다.
같이 놀던 아이도 공이 자꾸 다른 데로 가서 어쩔 수가 없었는데 친구가
울자 멍하게 있던 아이가 엄마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더니 갑자기 유모차에
머리를 들이밀고 울기 시작한다.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을까, 동생 유모차에 있는 포대기를 꺼내려고
해도 잘 나오지 않자 포대기에 얼굴을 묻고 울기시작한다.
쌔근쌔근 자고 있던 아기가 갑자기 들리는 울음소리에 선잠을 깬다.

한 손으로는 찡얼거리는 아기부터 토닥거리면서 왜 그러는지 물었다.
공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하며 더 큰 소리로 운다. 공이 말을 안 들어서
친구가 울어서 미안해서 운다고 한다.

공이 말 안 들어서, 새롬이가 울어서, 나도 울어져...

두 엄마들은 공이 말 안 듣는 게 아니라 바람이 불어서 그렇다고 하며
공놀이 다음에 하고 맛 있는 거 먹고 놀라고 하며 간식을 나누어 준다.
아이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로 과자도 먹고 요거트도 나누어 먹으며
사이 좋게 꽃길을 달린다.

조금 가다 꽃을 가리키고 또 몇 발자국 가다 나무를 가리키고 꽃을 따
주기도 하면서 봄꽃이 화사하게 핀 길을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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