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in zzan2 years ago

주인 없는 빈 집
새로운 식구들이 겨울을 나고 있다.

요즘 논에서도 보기 힘든 피가 훌쩍 자라
지붕에 닿을 듯 말 듯 해서 허리가 휘청거리는데
가끔 참새들이 씨를 따 먹는다고 올라 앉을 때마다
고개를 가누기도 힘들다고 불평이 이만저만 아니다
키 커 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고 툴툴 거리지만

옥수수 한 톨 남지 않은 옥수수대는
그래도 사는 동안 마주보며 늙어갈 짝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누가 보거나 말거나
팔장을 풀지 않고 빙긋이 웃는다

위험하다고 아무리 타일러도
이러거나 저러거나 험한 세상 살기를
가시투성이 몸 하나 믿고
기어이 전깃줄을 타고 올라간 환삼덩굴은
드디어 방문앞까지 갔다

과연 누가 이 집을 차지하고 오래도록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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