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답다.
올 장마는 장마답다.
어느 해는 장마라며 장마가 끝났다고 할 때까지
비 몇 방울 보지 못한 해도 있었다.
그런 장마에는 농민들 가슴은 타들어 간다.
봄에라도 흡족히 내려준 비라도 있으면 참을 만 한데
그런 해일수록 봄 가뭄에 봄비 구경도 힘든 해다.
올 장마는 장마답다.
하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흐려있고 냉면 가닥 같은 이슬비를 뿌리는가 하면
손이 잰 엄마 끓는 물에 썰어 넣던 칼국수 가닥 같은 비를 퍼붓는다.
한참을 그러고 나면 도랑물 넘쳐 행길까지 물길이 되고
번쩍 해 들면 행길에 미꾸라지 여기저기 꿈들대 하늘에서 떨어졌나
하늘 쳐다보곤 했지
올 장마는 장마답다
날마다 비, 오늘도 비 내일도 비란다.
이때쯤이면 동네 아이들 삼태기 들고 도랑 훑고 다녔는데
길바닥에 미꾸리지 주우러 다녔는데
장마는 왔어도 그런 풍경은 없다.
도랑은 수로가 되어 콘크리트 관이 차지하고 있고
행길은 아스팔트로 미꾸리지 흔적도 없다.
올 장마는 장마답다
허나, 비는 오는데 낭만은 없다.
삼태기도 없고 도랑도 없고 행길도 없고 신나게 재잘거리는 아이도 없다.
색 바랜 추억 들춰내며 아쉬워하는 세월 나그네만 있다.
갈까, 장마 통에 삼태기 들고 스팀 도랑이나 훑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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