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라도 떨어

in zzan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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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상처를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니 찾아가기는 그렇고 가끔 전화라도 해야 할거 같다.
통화를 해보니 그래도 목소리는 많이 차분해진 듯하다.

아내의 긴 투병 생활은 몸과 마음 경제적인 것까지 힘들게 하는 것이기에 친구의 그간 어려움은 말이 안 되게 많았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전해오는 말에도 집안의 우환이 들면 그게 도둑이고 강도라 했다. 그러니 가족 모두가 건강하다면 그보다 큰 축복도 없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정년 퇴임한 회사와 관련이 있는 회사의 고문으로 영입되어 월화 목 주 삼일 출근을 한다 하니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나을 성싶다. 움직이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이야기한다. 긴 투병생활을 하였기에 덜할 줄 알았는데 막상 가고 나니 너무 허전하고 여러 생각이 든다고 한다. 마음 추스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수다라도 떨어보라고 했다. 사실 외로움을 달래는 묘약은 수다보다 좋은 것이 없다.

수다하면 여자들의 전유물 같으나 남자들도 나이가 들면 말이 늘게 되어있고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수다를 떨다 보면 씻겨내기 힘든 마음의 찌꺼기들도 하나둘 자신도 모르게 씻겨 나가며 외로움에 빠지는 일이 적어진다.

해서 나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전화를 해볼 생각이다. 내가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전화를 해서 아무 이야기라도 나누는 것이란 생각이다. 같이 수다라도 떨어주다 보면 세월이 갈 것이고 세월이란 또 하나의 명약은 어떤 방법으로 던 지 허전한 빈자리를 채워 줄 새살이 돋아나게 할 것이다.

인연이란 참 소중하고 묘한 것이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하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인연이 남자들의 국방의 의무인데 그 인연이 삶 속에 중요한 맥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 인연은 어느 인연이나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이며 부부동반 년 2회 모임을 같는다는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흔치 않은 인연이라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고 보면, 썩는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은 군 생활도 썩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도전이며 자기 계발의 근원이 나 기회가 될 수 있고 우리처럼 한평생을 의지하고 돋움 하는 인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설정되지 않은 군대 내에서의 인연은 가장 숭고한 인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 당분간은 전화를 가끔 걸어서 수다라도 떨어줘야겠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친구의 역할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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