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이 길어 슬픈 짐승이여!

in zzan2 years ago

노천명 시인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는 시가 있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라며 끝을 맺는다.

참 슬프다.
조상들의 전설 같은 영화는 간 곳 없고 모가지가 길어져야 했고
그로 인해 슬픔은 더욱 깊어만 갔다.
호기 있게 자랑스러웠던 뿔까지 이제는 여기저기 걸려 숲 속마저 자유롭게 거닐 수 없다.
자랑이나 하지 않았으면 꺼내 걸지나 않았으면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으나
이젠 그렇지 못한 자신의 초라함에 더 초라해지기만 한다.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라며 노래한 시인이 노천명이라면
이제 뿔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를 부르는 시인이 있을법하다.
뿔이 길어서 슬픈 짐승, 나는 어떤 뿔을 가지고 있나
호기롭게 자랑하던 기다란 뿔
이젠 그 뿔에 걸려서 사냥꾼이 나타나도 도망도 제대로 못 치는 숫 사슴이 되었다.
슬픈 현실이다.

사슴/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이미지 출처:https://news.v.daum.net/v/2019062514460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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