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3 years ago

안개속에서 가을 길을 걸었다.

쇠뜨기도 개역귀도
밤을 지킨 공로로 이슬 한 방울씩 물고 있었다.

누대를 다리를 쭉 펴지 못하고
구불거리는 논두렁을 지나
큰 내 기슭에 이르렀다.

아직 쑥부쟁이는 피지 않고
망울 속에 얼굴을 묻고 잠들어있었다

며칠 만 더 가을이 여물면
쑥부쟁이가 활짝 개인 얼굴로
둔덕을 오르는 조금은 숨가쁜
내 발소리를 알아듣고 쫑긋거리며
기다릴 것이다

쑥부쟁이 사랑/ 정일근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든 보라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꽃잎 낱낱이 셀수있을 것처럼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있어도
너를 찿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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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들국화는 가을의 상징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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