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 가을풍경100선: 11~20, 황지연못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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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이곳을 떠날 때는
황지연못님께
황지연못님 아닌 모든 것들에게도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30년만에 다시 이곳에 돌아온 나를
말없이 반겨준 님
님은 황지 연못입니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막혀
길을 잃고 돌아 왔을 때
님은 그 자리에 그대로 샘 솟으면서
모든 나무들을 보듬어 안고
더 없이 맑아졌습니다
더 없이 깊어졌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십수년 바뀌어도
어쩜 이리도 변함없이 한결 같으십니까?
앙상 가지로 서 있는 나무들의 발 씻겨주고
움 트는 희망으로 한 방울씩 다 내주고
모진 태풍에 뒤척이며 넘실대는 잎사귀 끄떡없이 담아주고
단풍 들어 떨어지는 것까지 담아서 고운 물결입니다
상지 중지 하지로 흐르면서
모든 나무들을 아람드리 성자로 키워냈습니다
님이시여, 약속하나니
성모의 모습으로 솟는 님의 발원지에서
나 역시 사랑하겠노라고 약속합니다
뿌드득뿌드득, 세상을 더 껴안고
조그씩 덜 아파가면서 사랑하겠노라고 약속합니다
운탄고도
황지못 가을풍경 11~20을
바칩니다
/2022-10-27 jamislee 이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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