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봄호의 시 2편

in zzan3 years ago

연인 시2.jpg

<꽃이 피면 온다던 그대>

---권 희 수---

진달래꽃 피면 온다던 그대가
오지 못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꽃이 피고 지면 내년에 또다시 필 때
그때 꽃길을 걸으면 되지 않겠는가?

벚꽃이 피면 온다던 그대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못 온다 하여도
피고 지는 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늘
자 걸으면 꽃길이 아니겠는가?

소쩍새 울면 온다던 그대가
아파트에 살면서 소쩍새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깜박 잊었다 하여도
스쩍새처럼 슬프지 않으리라

수많은 사연을 안고 울어도
수많은 추억을 안고 울어도
그대의 별과 나 하나의
별을 같이 바라볼 수 있으니

봄밤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연인 시1.jpg

<느린 사랑>

---허 영 자---

봄 가고
여름 가고
가을도 늦은 가을

두벌 꽃으로 피는
내 사랑은
아날로그

오늘밤에도
기나긴
손편지를 쓰리라

시간의 수레바퀴
제 아무리
광속으로 달린다 한들

저 해와 달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으랴

기다림의 기쁨은
몰약의 황홀, 혹은
윤회의 만다라

영원으로 가는 길
무변으로 가는 길
느리고도 먼 사랑의 길.

연인 봄호1.jpg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30
BTC 66561.16
ETH 3492.16
USDT 1.00
SBD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