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봄호의 시 2편
<꽃이 피면 온다던 그대>
---권 희 수---
진달래꽃 피면 온다던 그대가
오지 못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
꽃이 피고 지면 내년에 또다시 필 때
그때 꽃길을 걸으면 되지 않겠는가?
벚꽃이 피면 온다던 그대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못 온다 하여도
피고 지는 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늘
자 걸으면 꽃길이 아니겠는가?
소쩍새 울면 온다던 그대가
아파트에 살면서 소쩍새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깜박 잊었다 하여도
스쩍새처럼 슬프지 않으리라
수많은 사연을 안고 울어도
수많은 추억을 안고 울어도
그대의 별과 나 하나의
별을 같이 바라볼 수 있으니
봄밤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느린 사랑>
---허 영 자---
봄 가고
여름 가고
가을도 늦은 가을
두벌 꽃으로 피는
내 사랑은
아날로그
오늘밤에도
기나긴
손편지를 쓰리라
시간의 수레바퀴
제 아무리
광속으로 달린다 한들
저 해와 달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으랴
기다림의 기쁨은
몰약의 황홀, 혹은
윤회의 만다라
영원으로 가는 길
무변으로 가는 길
느리고도 먼 사랑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