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에서

in zzan5 years ago

윤준식2.jpg

<봄길에서>

---윤 준 식---

개나리
개나 나리

개 나으리
개나 의리

미안타
노란 꽃 뽀송한 널 보고

괜히
시샘해봤다

윤준식3.jpg

<4월의 귀천>

  • 하늘 상사병 앓던 이를 기억하며

---윤 준 식---

인사동 거리를 헤매다가
처마 밑 높게 자리한
작은 미닫이 유리창 두 조각 사이로
살며시 머리를 내민
그 시절의 바람이
차가우리만큼 하얀 형광등을 타고
흰 화살로 관통된 진한 밤색 계란 스위치에 닿더니
벽면에 높게 쌓아둔 오랜 문학잡지에
유령 같은 먼지를 일으킨 후
키 작은 그녀의 눈주름을 지나
큰 잔 노오란 유자차에 빠져
내 입에 닿는다

퉁겨진 기타 줄에 공기가 살랑거리면
먼 날의 먼지가 진동 타고 다가와
가슴속 깊이 퇴적된 기억들을 깨우며
상큼한 유자를 맞이한다

철제빔이 땅을 찌르고
21세기의 밝은 불 아래서
귀천은 어두운 음부처럼 가려진 채
그 시절 공기를 머금고
그 시절 가슴 어루만지며
낮은 천장으로 높은 하늘에 닿아있다

<화초 앞에서>

---윤 준 식---

네가 나인 줄은 몰랐다
바깥바람이 차다는 소리에
난 문을 닫아버렸을 뿐이다

흙 담장 아래 노랗고 둥근 얼굴로 날 바라볼 때
힐끗하며 지났을 뿐이다

네가 나인 줄은 몰랐다
따스한 햇살이
생명을 주는 엄마의 숨소리였다

앞을 보자

울창한 모습으로
내 앞에 네가 서있다
벽지로 가려진 세상조차도
받아들이겠다는 너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그렇게 순응하는 네가
내 앞에 있다

새벽안개가
호흡하며 너를 덮치지 않아도
하늘을 타고 날아온 낯선 구름이 널 적시지 않아도
넌 생명의 뿌리를 이 작은 흙에 내리고 있다

난 너를 본다
너와 얘기 나누고 싶다
화려한 레이스를 밑동에 두른
네가 내 앞에 있다

윤준식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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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에 처음엔 큭하고 웃음이 터졌다가 한번 더 읽고 또 읽으니 웃음기가 빠지는건 어느날엔가 저도 시샘하는마음을 가진날이 있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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