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무 김치

in zzanlast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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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무 김치>

---김 명 수---

군색스러움이야 어디 이
단칸방의 이불덩어리 하나뿐이랴
부뚜막에 걸려 있는
백철솥뿐이랴

입동 지나고 해가 짧으매
변두리 이곳에 겨울이 빨리 닥쳐오리니
아이들은 일 년 동안 키가 자라서
지난해의 바지 길이가 짧아져 있고

여름 동안 뛰놀다 다친 복상씨뼈
그 시커먼 생채기를 가려주지 못한다.

그러나 어디 가난이 그렇게
초초하기만 하랴
굴다리 빈 공터에 어둠 드리우면
단칸방에 어느새 불이 켜지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야트막한 골목으로 피어나는 것을
어디 가난이 그렇게 쓸쓸키만 하랴

연탄광 한구석에 묻지도 못한 항아리 하나
달랑무 한 접 김치도
이 겨울에 발갛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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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웃음소리가
야트막한 골목으로 피어나는 것을
어디 가난이 그렇게 쓸쓸키만 하랴

갑자기 눈물이..
내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어린 날이여

몇 개의 구슬과 딱지만 있으면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딱지 넣어두던 상자에
동그란 딱지가 가득할때의
그 충만감이란...

혹시 우리 동네에서 몽땅 따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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