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

in zzan2 years ago

보고 싶다./cjsdns

자박자박 비가 내린다.
잘 내린다.
며칠째 내리는 비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느끼는 게 장마 끝나면 오히려 장마철 보다 비가 더 자주 많이 오는 현상이 있는데 올해도 장마 끝에 연이어 오는 태풍으로 비가 자주 내린다.
그래도 올해는 봄 가뭄은 심했어도 장마철에 비가 꾸준히 왔다.
그런데 이전 좀 그만 오지 싶게 비가 내린다.
다행이라면 폭력적인 면을 보이지 않고 차분하게 내린다는 게 고마운 것이다.
태풍도 우리나라 육지에 올라서자 마지 소멸되어 바람 피해도 없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러다 큰 태풍이 닥치면 피해가 커지게 되어있으니 말조심해야 하고 만반의 준비도 해야 한다.

만반의 준비는 물리적 준비만이 아닌 심리적 준비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태풍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나이쯤 되면 닥쳐오는 태풍이 만만하지가 않다.
한평생 병마 없이 잘살다 가면 좋겠지만 세월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경우를 많이 본다.
어느 날 갑자기 몸의 이상이 오면 겁이 덜컥 나고 어떤 경우는 정말 위중한 중병으로 판명 나기도 한다.
그게 인생의 봄이 아닌 여름 지나 가을쯤 들어서는 시기에 많다.

그런 시기를 딱히 언제 이렇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보면 60대 전후가 되는 거 같다.
이때쯤이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건강 이상이 많이 발견되고 병마로 인한 당장의 고통과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의 시간을 많이 접하게 된다.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돌아보면 후회스럽지 않거나 아쉬움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가치관에 혼돈에서도 그때그때 생각이나 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 만들어 내지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그런지 나도 아쉬운 게 없지 않다.
그중 가장 아쉬운 건 모든 게 부족하고 어렵던 시절에 같이 놀고 공부하던 친구들과 세월이 가면서 가깝고 정겨운 마음은 그대로인데도 불구하고 잘 만나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하드 하나도 먹던 빵도 같이 한입씩 베어 먹던 사이였고 라면 한 그릇도 서로 호호 불어 가면 먹던 사이였다. 그런 친구들이 언젠가부터 소원해지기 시작했고 만나는 것은 물론 연락도 잘 취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물론 그래도 애경사에는 참석을 하고 만나면 반갑고 자주 못 보는 것을 안타까워했으나 그러나 그뿐이지 더 이상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런 와중에 훌쩍 영영 이별을 하는 친구도 생겼고 가정에 우환이 겹치다 보니 삶이 피폐해져 정부에서 주는 복지에 의존해 살아야 하는 친구도 생기고 그런 게 안타까움에 어쩌다 생각나면 찾던 친구도 이젠 연락도 안된다. 시설로 간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떠난 것인지 지나친 개인 정보 보호로 인해 보호자가 아니니 예전처럼 관공서를 통해서도 찾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면서 포기가 되고 잊혀가는 사람이 되었다.
가뜩이나 기억력이 쇠태 해지니 친구들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그래도 한번 기억해서 불러보고 싶은 이름, 이제는 더 이상 볼 수도 없는 친구, 그런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참 나쁜 놈이다.
이렇게 나쁜 놈일 줄이야...

비가 내리는 걸 보고 있으려니 친구들 생각이 나서 꺼억대며 글을 하나 쓰는데
야속한 친구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친구 하나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친구 하나
도대체 생각이 안 난다.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친구 이름 형렬, 그래 박형렬
그런데 이젠 만날 수 없는 그 친구는 이름이 정말 생각이 안 난다.
친구 하나하나 손꼽아가며 생각하고 생각하는 걸 보다 답답했는지
그 친구가 다가서며 야 인마 나 낙주야 한다.

그래, 맞아 낙주 그래, 낙주지 미안 미안, 그러는데 사라진다.
그런데 이걸 어째 성이 생각이 안 난다.
성까지 말해주고 가지, 김낙주인지 이낙주인지 생각이 안 난다.
김낙주, 김 난주인가...?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친구 낙주 형렬이 이젠 점점 멀어지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언젠가는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이 안될지도 모르는 이름을 불러보며
도랑물처럼 흘러가는 빗물에 함께 했던 추억들도 들춰보고 흘려보낸다.

잊히는 이름 되기 전에 자주 봐야 하는 친구들
오늘 더욱 그리워진다.

나처럼 나쁜 놈 되지 말고 어쩌다라도 우리 보자
이 나쁜 놈들아...

2022/08/03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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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한국에서 황폐화를 일으키는 파괴적인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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