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푸틴 - 시진핑의 9월 15일 정상회담, 새로운 국제질서의 신호탄 ? >

9월 15일 푸틴과 시진핑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정상회담을 가진다. 미국과 중-러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푸틴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것은 여사일이 아니다.

이미 유엔을 위시한 국제기구는 그 운명을 다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신들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고안했던 장치들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 UN의 기능도 한계에 도달했고, 자유무역의 기수이던 WTO에서도 사실상 물러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상 국제사회는 서로간의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시도를 포기하고 오로지 힘이 정의가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패권국가 미국이 이상주의적 국제질서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상주의적 국제질서는 서구의 역사적 성취였다. 그러나 이제 그런 이상주의적 성취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미국은 유엔에서 국제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국력의 약화는 패권의 기본적인 요소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의 약화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은 자유로운 교역이 평화를 보장한다고 하면서 WTO를 제창했지만, 이제 스스로 자유무역을 중지하고 보호무역으로 돌아서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냉전이후 그동안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만들어 놓은 국제질서에 진공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더 이상 국제질서를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러시아를 늪에 빠뜨리려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과 유럽이 빠져 버렸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힘을 빼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힘을 빼는 무대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굴복시키지 않고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굴복시키기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이 직접 전쟁에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돈을 가져다 부어야 한다. 이길 수도 없고 끝낼 수도 없는 전쟁에 마치 밑없은 장독대에 물붓는 것처럼 돈을 부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쟁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했던 세계의 종말을 고하는 무대가 되는 지도 모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애매한 입장을 취했던 중국도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미국과 정면 승부를 결정한 것 같다. 기존의 국제질서는 사실상 붕괴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은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의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우선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 눈치보지 않고 전면적인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사실상 미국과 유럽의 경제질서에서 퇴출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더 이상 첨단기술과 상품을 도입하고 수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국은 앞으로 국제질서가 미국중심의 세계체제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현실인식의 결과,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브릭스 국가들과의 경제 정치적 관계를 강화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수 밖에 없다. 중국 내수시장의 확대는 기본이 될 것이다. 중국도 어차피 러시아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면 미리 대비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도 러시아와 전면적 교역을 시작하면 적어도 유럽시장의 상실은 충분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전부터 앞으로 세계는 브릭스국가가 주도할 확률이 매우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인도도 중국과 국경지대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등 중국-인도의 관계도 과거의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우호적 관계로 진입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푸틴-시진핑의 상하이 기구 정상회담은 중-러-인도를 중심으로 브릭스 국가체제가 등장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앞으로 국제질서는 9.15일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질지도 모른다.

9월 15일 푸틴과 시진핑의 정상회담 결과가 어떻게 될것인지 자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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