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쓰(Runearth)] 쇼생크 탈출

in RunEarth20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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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추석 즈음이었을 것이다. 둘째 삼촌은 영화를 엄청 좋아하셨는데 덕분에 할아버지 댁에 갈 때마다 새로운 영화를 접했다. '쇼생크 탈출'도 그때 본 것 같다. 어린 나이였지만 인상 깊게 보아서 몇 장면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후에도 가끔 생각날 때나 주말의 명화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았다. 볼 때마다 새롭게 몰입하게 되는 영화다.

한동안 이 영화에 대해 잊혀갈 때 쯤 다시 상기하는 계기가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비가 내렸다. 지금까지의 나였다면 비를 핑계로 달리기를 쉬었겠지만 그날은 여우에게 홀린 듯 밖으로 나갔다. 먹구름 때문에 더욱 어두웠던 새벽,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퍼붓는 비와 약간의 비린내...... 생소한 광경이었지만 싫진 않았다.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비와 어둠과 비릿한 냄새 속으로 뛰어 들었다.

비를 맞으면 달리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신선하고 상쾌했고 고무적이었다. 무엇보다 자유로웠다. 그래! 자유! 그때서야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떠올랐다. 수십년간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뒤 오물을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왔을 때의 그 해방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진정한 자유를 느끼던 그 모습이 마치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캐 묵은 오해와 아집을 흘러가는 빗물에 실어 날려버리면서 정말 신나게 달렸다. 여태 그렇게 즐겁게 달렸던 적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 후로도 비가 올 때면 그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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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통해 건강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조금 더 가치관이 넓어지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확장된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달리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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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진 색이 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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