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오늘의 술자리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G에게

너의 슬픔이 너를 잡아먹을까 두려웠던 밤, 너는 이 노래를 틀었었다. 우리는 돌아가며 노래를 플레이했고 이 노래의 먹먹함이 덜 아문 상처처럼 이따금 따끔하게 올라오곤 했다. 너를 만나는 날에는 우리는 너의 자취방이나 모텔 같은 작고 숨막히는 곳에서 술을 마셨고 나는 유독 더 과음을 하곤 했지. 오늘도 그랬네. 나는 와인 너는 소주 각기 다른 주종을 경쟁하듯 밤새 마시며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지. 그러다 문득 그 이후로 한번도 듣지 못했던 이 노래를 찾아 플레이 하다 너의 표정이 바뀌는 걸 보고 바로 꺼버렸어. 이 노래를 듣던 때의 너의 황폐함이 다시 들춰질까 무서웠거든. 너를 덮치는 우울과 곤경은 늘 무겁기만 하고 너는 그걸 감당하지 못해 타인에게 의존하며 일을 더 꼬아만들기 일쑤인건 네게 있는 자기 파괴의 충동때문이기도 하지. 난 늘 네가 단단해지고 두발로 굳건히 서있길 누구보다 바라. 눈이 풀려가던 새벽에 말했듯 무슨 일이 있으면 엉뚱한 사람에게 기댈 생각 말고 내게 먼저 말해. 나는 도울 수 있는 모든 걸 할테니까. 회사는 잘 관뒀어. 우선은 다 내려놓고 푹쉬고 널 더 들여다봐. 술도 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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