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my home ladakh, my home palu
한달로 예상했던 라다크 살이가 어느 덧 두달을 넘겼다. 언제 돌아오냐는 친구들과 가족들의 재촉과 성화에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이제는 정말 돌아갈 때가 되어 어제서야 비행기표를 샀다. 새벽에 문득 눈을 떠 가만히 앉아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꿈을 꾸는 것만 같은 두달이었다. 밀도 있게 꽉 짜여진 하루 하루의 임팩트가 강해 지난 주의 일도 늘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아 맞다, 포카르종에서 내가 하이킹을 했었지, 창라에 5시간을 갖혀있었지, 초모리리를 당일치기로 다녀왔지. 모든 순간이 좋았지만 그 위에 자꾸만 더 좋은 순간이 쌓여 애써 생각하지 않으면 자꾸만 잊게 된다. 숨이 차서 오래 춤을 출 수 없었어도 함께 춤을 췄던 모든 얼굴을, 그 움직임을, 그 표정을, 그 온도를 잊으면 안된다.
너는 나의 모든 것이라고, 내 여름이고 내 꿈이라고, 너의 곁에 있고 싶다고, 매번 속삭이던 고백에 몇가지 문장을 더 추가해본다. 네 모든 시간을 나랑 보내지 않을래? 내 시간을 너에게 쏟아붓고 싶어. 너의 손을 꼭 잡을거야.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해. 너와의 모든 순간들을 이 세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것처럼 기억할게. 넌 나의 집이자, 나의 전부야, 넌 나의 안식처야
라다크는 나의 안식처이고, 빠루 게스트하우스는 나의 집이다. 이번에 돌아가 무엇보다 가장 그리워할 시간은 나른한 일요일, 빠루 게스트하우스 뒷마당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포커싱 아웃된 배경에 양첸은 빨래를 널고 있고, 빨던을 밭을 가꾸고, 타니는 심뚝을 목욕시키고 있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곳을 여행해도, 구조적으로 완벽한 하루를 보내도, 탄식이 쏟아질만큼 많은 별이 하늘에 박혀 있어도 하루의 끝을 빠루가 아닌 다른 곳에서 끝내면 늘 마음이 찜찜하고 불편했다. 빠루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야 비로소 하루가 끝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언제나 저녁을 대접하려고 하는 양첸의 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하루에 두번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이미 배가 차있었길래 조금 달라고 '늉운늉운'을 외치며 밥을 코딱지만큼 퍼서 먹는데 양첸의 성의에 보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평소보다 더 감정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는데 양첸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고 하지마, 우린 가족이잖아."
빠루 게스트하우스를 늘 가족같은 게스트하우스라고 소개하고, 가족이니까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해도 미안한 마음도 갖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들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을까 확신은 없었다. 양첸의 말로 우리는 같은 마음이구나, 우리는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구나를 알았다. 통한다는 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건 짜릿하고 감동적인 일이다. 이토록 열렬하게 라다크를 사랑하면서도 이 사랑이 지독한 외사랑이면 어쩌지, 한번도 고민해본 적도 없다. 말하지 않아도, 아무런 보답 받지 못해도, 존재 자체만으로, 내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는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행복이 샘솟으니까.
아~~ 샤워하고 싶네요... 라다크에서...
젊음이 부럽기도 하고,
실행 력에 또 부럽기도 합니다.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어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