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 잔인한 제주의 4월
삼월 말 제주 곳곳에서 4.3 사건을 잊지 말자는 현수막이 휘날렸다. 총성이 도처에서 울리던 제주는 검게 불타고 붉은 피로 젖었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무명천 할머니를 들여다본다.
제주 4.3사건 당시 총격에 의해 턱이 없어진 소녀는 평생을 무명천을 둘러 얼굴을 가리고 살았다. 턱이 없어 음식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약 없이 버티지 못하는 할망은 하루에도 몇번씩 문단속을 하며 경찰과 군인을 보며 벌벌 떨었다. 역사의 비극 속에 삶을 잃어 버리고 평생을 트라우마에 산 할머니는 제주 4.3사건의 슬픈 얼굴이다. 제주 월령리에는 할머니가 살던 집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무명천 할머니
-허영선
한 여자가 울담 아래 쪼그려 있네
손바닥 선인장처럼 앉아 있네
희디 흰 무명천 턱을 싸맨 채
울음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울음이 되는
그녀, 끅끅 막힌 목젖의 음운 나는 알 수 없네
가슴뼈로 후둑이는 그녀의 울음 난 알 수 없네
무자년 그 날, 살려고 후다닥 내달린 밭담 안에서
누가 날렸는지 모를 날카로운 한발에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턱
당해보지 않은 나는 알 수가 없네
그 고통 속에 허구한 밤 뒤채이는
어둠을 본 적 없는 나는 알 수 없네
링거를 맞지 않고는 잠들 수 없는 그녀 몸의 소리를
모든 말은 부호처럼 날아가 비명횡사하고
모든 꿈은 먼 바다로 가 꽂히고
어둠이 깊을수록 통증은 깊어지네
홀로 헛것들과 싸우며 새벽을 기다리던
그래 본 적 없는 나는 그 깊은 고통을 진정 알 길 없네
그녀 딛는 곳마다 헛딛는 말들을 알 수 있다고
바다 새가 꾸륵대고 있네
지금 대명천지 훌훌 자물쇠 벗기는 베롱한 세상
한 세상 왔다지만 꽁꽁 자물쇠 채운 문전에서
한 여자가 슬픈 눈 비린 저녁놀에 얼굴 묻네
오늘도 희디흰 무명천 받치고 울담 아래 앉아 있네
한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