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술] 오사카에는 이런 곳도 있다. 미노오 비어 브루어리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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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도쿄와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여행지이다. 도쿄보다 저렴한 물가, 풍부한 먹거리와 놀거리, 교토와 고베, 나라 등의 관광지와의 접근성 등이 그 이유일 것이다. 오사카는 나의 첫 해외여행지이자 친구 b가 결혼을 하고 터를 잡고, 친구 p는 오랜 공부를 마치고 일을 하고 있어서 더 자주 찾았던 지역이다. 오사카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고 머무르는 곳은 가장 번화한 도심, 난바와 도톤보리일 거다. 하지만 나는 오사카 시내에서 북쪽으로 한시간 정도 떨어진 미노오에서 머물렀다. 그 당시 오사카 대학 미노캠퍼스에서 공부하던 p의 집이 미노오에 있었기 때문. 시내에서 놀다 들어갈 때는 지하철에 버스까지 갈아타며 1시간도 넘는 여정을 거치는 것이 지루했으나 미노오는 꽤 매력적인 지역이었다. 사실, 미노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가을에 여행을 해야한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위에서 아래로 솟구치는 속시원한 폭포를 같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노오 공원은 83.3ha의 단풍나무 숲이 펼쳐져 있으며 맨홀도 단풍 모양에 단풍잎 튀김을 파는 가게도 있을 만큼 단풍에 진심인 지역이다. 5월에 여행을 한지라 단풍의 정취는 느끼지 못했지만 구석구석 조용하고 깨끗한 일본 소도시의 정겨운 기운이 담긴 미노오를 마주할 수 있었다. 친구의 집 근처에는 가게와 음식점 같이 상업 시설도 거의 없이 잔잔하고 평온하게 주택가만 펼쳐져 있다. 진형적인 일본 주택의 1층이었던 p의 집은 작지만 꽤 운치있었다. 베란다엔 고양이들을 위한 물과 사료를 늘 준비해뒀는데 고양이들 사이에서 맛집이라 소문이 났는지 치즈냥이, 검정냥이가 각각 혼밥을 하러오기도 하고 커플 고양이 들이 꽁냥꽁냥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야옹거리는 고양이들의 소리를 배경으로 더운 여름. 선풍기를 틀어놓고 낮잠 늘어지게 자는 평화로운 장면이 자연스레 머릿 속에 펼쳐졌다. 별 거 하는 거 없어도 마음에 들었던 미노오지만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단연 미노오 비어 브루어리였다. 원래 일본의 맥주 면허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2백만 리터를 맥주를 생산해야 했지만 1994년 엄격했던 세법이 완화되어 연간 6만 리터로 생산 기준이 낮아졌다. 그 이후로 일본 전역에 소규모 양조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에는 200개가 넘는 소규모 양조장이 있고 일본 지역 수제 맥주를 '지비루'라고 부른다. 규모가 작아 소량으로 출시하며 특정 지역에서만 판매할 수 있어 희소성도 크다. 재밌는 건 지역 고유의 개성과 특색이 담겨있고 특산물을 활용한 맥주 개발과 생산에도 앞장 선다는 것. 사이타마현 특산품인 자색고구마를 원료로 사용한 코에도 맥주, 일본식 된장 '미소'를 넣은 맥주를 제조하는 킨샤치, 나카타현에서만 수급이 가능한 고시히카리 쌀을 사용한 스페셜리키 맥주를 만드는 일본 최초의 지비루인 에치고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부분의 술을 좋아하지만 어딜 여행하나 가장 구하기 쉽고 양조장 투어를 하기에도 좋은 술은 단연 맥주이다. '지역성'을 강조하는 지비루 양조장을 안가볼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찾은 곳이 내 숙소 근처에 있는 미노오 비어 브루어리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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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오 비어는 오사카의 지비루 중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다. 대도시 오사카에서 떨어져 물과 자연이 좋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버스를 타고 도착해 요리조리 골목길을 지그재그로 이동하다가 미노 비어를 만났다. 꾸밈없이 쓴 'minoh beer'의 서체에 믿음이 절로 간다. 색이 바랜 나무로 지어진 1층과 시멘트로 올린 2층이 묘하게 감성적인 미노오 비어 브루어리&펍은 그 앞에 만들어 놓은 작은 화단과 아기자기한 현판 등이 어우러져 있다. ceo겸 헤드 브루어인 카오리 오시카씨가 1996년 아버지가 만든 맥주 공장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브루어리가 대물림 되었다는 이야기 자체가 장인 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일본답다. 미노오 비어의 특이한 점은 효모를 여과하지 않고 열처리를 거치지 않아 맛도 영양도 풍부한 리얼 에일을 만든 다는 점이다. 직접 갓 만든 맥주를 따라 먹는 맛은 어떤 수식어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특히 전기와 탄산가스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따르는 핸드펌프를 이용한다는 것도 미노오 비어의 큰 특색이다. 갓 따른 신선한 맥주를 한 잔씩 골라 마시고는 우리는 한참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마주쳤다. 같이 시킨 소세지 조차도 탱글탱글하니 신선한 맛이라 우리는 서로 행복한 마음을 말로 골라 표현했다.

"어쩜 모든 것들이 이렇게 신선하냐."

"이번, 여행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야."

"나,,,,여기 있는 맥주 전부 마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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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ipa와 pale ale 한 잔 씩을 마셨다, 도수가 높지만 부드럽고 시트러스하고 탄탄한 힘이 느껴지는 그 무엇보다 신선함이 가득한 맛이었다. 미노오 특산품 유자를 넣어 만든 유자 화이트를 먹고 싶었으나 겨울 한정 맥주라 먹을 수 없어 아쉬웠다. 유자 껍질의 은은한 유자향과 코리앤더의 조화가 부드러운 벨지안 위트라고. 야생 원숭이들이 많은 지역이라 미노 비어의 로고는 원숭이로 그 이름은 오자루라고 한다. 왕관을 쓴 원숭이가 쭈그려 앉하 맥주잔을 꽉 쥐고 있는 모습은 귀엽기 그지 없다.미노오 비어에서는 미노오 맥주 전용잔과 수건, 티셔츠 등을 판매한다. 컵을 모으기를 즐겨하는 h는 한참 고민하다 컵을 구매했다.

사실 미노오에서 꼭 가야만 했고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한 곳이 한 군데 있다. 바로 오사카 대학교 내에 있는 p의 과연구실이다. 문화인류학이란 전공답게 학생들은 전세계로 퍼져 자신의 연구주제를 파헤친다. 티베트 난민을 연구하는 p는 어느 여름을 꼬박 티베트 난민 정부가 있는 맥그로드간즈에서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학생이 다른 지역에서 연구를 하고 두손 가득 현지의 술과 음식을 사서 돌아오기에 이 연구실인만큼 그곳은 세계 식품 박물관을 방물케한다고 했다. 그 곳에는 네팔과 몽골 폴란드, 우간다,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전통술들이 널려 있다 했다. 몽골의 징기스칸 보드카와 폴란드 보드카는 너무 독해서 먹기 힘들 정도라고 p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나는 독한 맛 조차 궁금했다. 전세계 술을 먹기 여행하는 내가 꼭 갔었어야 하는 곳인데 일정과 동행 등의 문제로 가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p는 더 이상 미노오에 살지 않지만 가을과 겨울의 중간에 걸친 시기에 훌쩍 미노오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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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onths ago 

사진만봐도 설레요. 정말 일본 가고 싶네요. 엉엉

 3 months ago 

너무 가고 싶어요. 정말 엉엉

 3 months ago 

미노오 비어 브루어리... 정말 가보고 싶네요.
와우 다음 여행지는 무조건 오사카다!!!

 3 months ago 

친구 p가 고베 근교로 이사해서 그 동네 술집들도 찾아보곤 하는데 정작 갈수는 없는 서글픈 현실입니다...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