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여행가
권진아, 여행가
난 여행가가 될 거야
브레이크가 없는 열차에 올라타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갈 거야
난 여행가가 될 거야
자유로이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난 떠날 거야
머뭇대지 않아 난
끝없이 뻗은 저 세상을
날아다닐 거야
긴 여행이 끝나면 그곳에서
잠시 널 떠올리겠지
가슴 한켠이 아련한 그곳에서
그렇게 널 떠올리겠지
그렇게
시간이라는 건 말이야
여행할 수 없어서 다행이야
시간은 여행하고 싶지 않아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난 거듭 아프게 사랑할 테고
미래의 슬픈 결말까지
알고 싶지는 않아
보고 싶을 거야
다 그리울 거야
그치만 쉽게 돌아오지 않아
긴 여행이 끝나면
그곳에서
종일 널 떠올리겠지
가슴 한켠이 애틋한 그곳에서
그렇게 널 떠올리겠지
잊으려 떠나는 게 아니야
마음껏 추억하기 위해서
떠나는 거지
잘 머금고 올게
가슴속 깊게 쓰라린 곳이지만
이젠 꺼내 봐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그렇게
난 여행가가 될 거야
자유로이 발길이 닿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나는 여행가일까? 여행 책을 두권 썼으니 여행 작가라고는 말할 수 있지만 여행가라고는 생각해 본적 없다. 여행가라고 하면 여행을 전문으로 하거나 여행지나 코스를 개척하고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며칠 전 대학동기 K와 여행 얘기를 하다가 최근 들은 이 노래가 좋았다며 링크를 보내줬다.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미국 여행으로 깨달은 건 모르는 곳을 가서 긴장하고 헤메고 끊임없이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찾아다니는 게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는 거다. 아는 동네 가서 맘편히 노는 게 훨씬 즐겁다. 그렇다고 새로운 여행지를 가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보다 몇배나 각오가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렸을 때 오지를 많이 다닌 건 정말 잘한 일이다. 남미 여행은 평생을 바라고 바랐던 것인데 춘자의 고생담을 들으며 가고 싶은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그 험난한 이동을 하기에는 내 육체는 쉽게 지치고 나약해졌다.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가 유독 불편하고 이동 시간도 길어서 자꾸 볼멘 소리가 나왔는데 여든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앞좌석에서 쪼그려 누워 잠든 모습을 보고는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비행기에 내려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여행가는 아니어도 여행은 더 부지런히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