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당신을 만난 건 행운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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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크루즈 여행을 가기로 결심한 뒤 어디로 가느냐를 선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는 엄마의 스케쥴을 고려해 가깝고 짧게 탈 수 있는 코스로 싱가포르 라운딩만 한 게 없었다. 이미 싱가포르 크루즈를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좀 더 능숙하게 여행을 리드 할 수 있을 거라는 셈도 있었다. 우리가 탄 싱가포르 크루즈는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페낭과 태국 푸켓 두 곳을 기항하고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4박 5일의 짧은 일정이다. 크루즈를 승선할 때는 언제 체크인을 할 건지 미리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첫 날 최대한 배를 즐기기 위해 가장 이른 시간에 크루즈 터미널로 향했다. 대기 시간은 길지 않았고 별 문제 없이 체크인을 하고 승선했는데 몰래 가져간 위스키 미니어쳐가 짐 검사 때 발각되어 빼앗겼다. 우리가 이번에 탄 로얄캐리비안은 원칙적으로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2병까지 들고 승선할 수 있는데 다른 주류는 불가하다. 먹는 것이 공짜로 제공되는 크루즈에서 가장 큰 수입원이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꽤 엄격한 편이다. 바이알을 들고 탄 적이 있어 혹시나 가져가 봤는데 역시나 안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빼앗은 술은 보관하고 있다가 하선하기 전에 돌려준다.

배에 타면 가장 먼저 안전 훈련을 한다. 위급 사항에서 구명 조끼를 어떻게 착용하고 우리가 타야하는 구명선의 위치가 어딘지 등을 알려준다. 그러고는 배에서 점심을 먹었다. 화려한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에 뷔페식으로 음식이 줄지어있는 걸 본 란이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다. 잔뜩 가져온 새우를 엄마가 쉴 새 없이 까주는 바람에 나는 손 한번 쓰지 않고 아기 새처럼 새우를 받아먹었다. 나는 두 모녀의 여행을 위해 꽤나 많은 것들을 준비했는데 그 중에 가장 야심차게 준비한 걸 모두에게 꺼내 보여주었다. 하와이에서 환영할 때 걸어주는 꽃목걸이에 사용하기도 하고 귀에 꽂기도 하는 꽃 플루메리아를 본 따 만든 머리 핀이었다. 그 머리 핀은 머리 위에, 모자 위에, 가방에 위치를 달리하며 여행 내내 우리의 곁을 지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플루메리아의 꽃말은 “당신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였다. 딸과 엄마로서 서로를 만난 건 행운이라는 의미라 이번 여행의 취지와 참으로 잘 맞아 내심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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