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여름 일지, 첫 번째
프로젝트 '20세기 여름'의 요약 담당, 서기 @fgomul 이 있지만 내 시선으로도 짧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1.카페 두레 시즌2?
2020년 카페두레 10주년을 맞아 라다크에서 짧게 팝업 스토어를 열 예정이었으나, 역병의 기습으로 무산되었다. 올해 11주년에는 한국에서라도 작게 파티든, 팝업 스토어든 뭐든 하자고 말만하고 어느덧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코로나로 카페를 가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시간이 현격하게 줄어 방에서 뒹굴뒹굴하며 나태에 허덕이던 어느 날, 춘자는 카페 두레 팝업 스토어를 현실화할 공간을 찾았다고 했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처음 동대 입구의 '20세기 소년' 펍을 찾은 건 6월 4일. 공간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막막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20세기 소년, 광희 작가님을 처음 만나고 작가님은 토마토 파스타를 만들어주셨다. 와인을 곁들이며 우리는 두런두런, 프로젝트와는 상관없는 얘기들을 나눴다. 이 프로젝트는 카페 두레 시즌2 거나, 팝업 스토어는 아니지만 또 맞기도 하다. 형태와 멤버가 조금 다를 뿐, 추구하고 꿈꾸는 바가 같으니까.
2.공식적인 첫 회의
스팀잇 아이디 고물, 별명 고무라 타쿠야의 첫 합류로 회의는 열기를 띄었다. 없는 형편에 어떻게 인테리어를 바꿔야 할지, 프로젝트의 이름은 무엇으로 정할지, 어떤 새로운 음식과 음료를 내놓을 것인지, 어떤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진행할 것인지. 50명은 족히 들어갈 법한 소리가 울리는 지하의 공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회의를 했다. 늘, 언제나 가장 어려운 건 프로젝트 이름 정하기. 여름, 그리고 사람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오아시스, 바캉스, 여름방학 같은 이름들이 나왔고, 춘자 친구 하자, 여름과 잘 어울리는 영화 '콜미 유얼 네임' 같은 의견도 있었다. 광희 작가님이 2달 운영을 한 펍의 이름이 '20세기 소년'이라는데서 라임을 맞추고 컨셉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20세기 다방', '20세기 찻집'. '20세기 여름' 같은 후보지가 나왔으나 모두가 입모아 한뜻을 하진 못해 결국 각자 생각을 하고 만나기로.
3.프로젝트명은 '20세기 여름'
각자가 생각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키워드를 나누고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마법사님은 "Look it up" 찾아내다. 춘자는 '낭만', 나는 '오아시스' 고물님는 '열기', 광희 작가님은 '미치광이'. 이 여름, 무언가를 찾아내며 낭만에 젖고, 오아시스를 만들고, 열기에 취해 미치광이처럼 지낼 예정이다. 이 뜨거운 키워드들을 뭉뚱그려보니 '20세기 여름'이 걸맞다 생각해 프로젝트 타이틀이 되었다. 인테리어와 메뉴 역시 20세기의 느낌을 살리지만 절대 과하지 말것. 컨셉충이 되지 말 것을 몇 번이나 서로 다짐했다. 화이트 와인 한 병을 나누어 마시면서 회의를 마무리하고 집에 가려는데 광희 작가님이 페이스북으로 알게 된 후원자의 손에 프로젝트가 들려있었다. 마침 우리가 꼭 필요하던 물건이라 다들 이 마법같은 사건에 한껏 상기되었다.
4.메뉴는 맨땅에 헤딩
현재 20세기 펍의 메뉴는 헤비한 것 위주이다. 가볍고 상큼하면서도 와인과 어울릴 안주와 점심에 올 손님을 위한 간단한 브런치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일요일 11시에 가게에서 만났다. 집에 있는 20세기와 어울릴 물건을 바리바리 싸오느라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우리는 모카포트와 씨름하며 커피를 뽑아 보는데,,이거이거 너무도 난감하다. 시간이 걸려도 너무 오래 걸리고, 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카페 두레 때 손님이 5명이 몰려와 2컵 모카포트로 5잔을 만드는라 멘붕에 허둥지둥 난리를 쳤던 아찔한 순간이 미래 기억으로 재현될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 뿅, 업소용 에스프레소 머신과 그라인더가 생겼다. 진짜 믿기지 않지만, 우리가 원하고, 20세기 소년이 원하면 그것은 마법처럼 정말 마법처럼 뿅 나타난다. 두 번째 기적이다. 얼마나 많은 기적이 계속될지 두근거린다. 2가지 종류의 2가지 다른 버전 파니니, 2가지 버전의 샐러드, 3가지 버전의 파스타 샐러드를 한명 한명씩 먹으며 더할 것과 버릴 것을 정했다. 90년대에 10대를 보낸 사람으로서 90년대 카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파르페 일 것이다. 파르페를 만들어보자고 시도를 했는데, 비쥬얼 자체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고 무엇보다 너무 맛없게 생겨서, 우리는 입 모아 이 메뉴는 없던 걸로 하기로 했다. 만들어 놓은 거 시식은 하자고 돌아가면서 먹어보는데... 이게 무슨 일...눙물이 방울방울 맺힐 것 같은 추억의 맛...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모두가 동시에 먹겠다고 달려드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마지막에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약간의 주스가 남았을 때 버번 위스키를 약간 부었는데 그것 또한 존맛이었다.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를 만들겠다는 핑계로 내가 가져간 포르투칼 와인을 나누어 마시며 사심 또한 꽤 채웠다. 1층의 과한 인테리어를 덜고, 약간 니끼한 속을 라면으로 달래고 오늘의 업무 끝. 서서 일을 많이 해본 적이 없는데다가 장장 8시간 동안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몸을 쓰고, 머리를 쓰는 통에 마법사, 춘자, 젠젠, 고물, 우리 넷은 앓는 소리를 절로 내며 헤어졌다.
5.이제 곧 몸빵
원두를 때려 부은 마법사님의 드립커피는 만드는 족족 다 다르게 맛있었다. 오늘 검정 셔츠를 입은 모습이 유난히 일본에 유학 다녀온 베테랑 바리스타 같아서 커피 맛이 더 신뢰가 갔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고민, 없애고 싶은 것과 가리고 싶은 디자인이 있는데 사정상 세입자처럼 가릴 수 밖에 없어 한껏 마음이 심란했지만 대안을 잘 짜보기로 했다. 한 벽면은 페인트칠이 필요한데,,,냉장고도 다 들어내야 하기에 꽤 큰 작업이 될 것 같고 페인트 냄새도 심하게 날 예정이라 토요일 밤에 하기로 했다. 아마도 밤새 페인트 작업을 하고 새벽 첫 차를 타지 않을까 싶다는...몸빵데이....커밍순...테이블을 꾸밀 테이블 보, 인테리어 소품, 벽 가리개용 천을 샀고 집에 오는 길에 춘자님과 같이 당근마켓을 보다 테이블 조명도 두개나 샀다. 산 것들을 하나하나 받으며 공간을 채워가면 20세기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더 훅, 느껴질테다.
보면서 몇 번이나 웃었는지ㅋㅋㅋ
제 요약본은 질보다 양이니 젠님의 시선으로 고퀄 포스팅 부탁합니다 사진도 고퀄쓰!
고타님의 포스팅은,,,,질과 양 전부 잡았지요!!! 며칠 지났다고 기억안나는 게 있어서 고물님 포스팅에서 참고했다는 ㅎㅎ이제 미리미리 적어둬야겠어요...
오우....너무 기대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