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맥주 기분
온 세상 술을 다 먹어보고 싶은 사람이지만 온 세상 술을 다 먹기엔 세상에는 술이 너무 많다. 그래서 늘 똑같은 술이 아니라 다른 술을 마시려고 다양한 양조장과 바와 술집을 전전한다. 이 날은 맥주 기분이었다. 서울대입구, 샤로수길에서 수제 맥주를 마시고 싶다면? 답은 링고이다. 브롱스나 생활맥주와 같은 프랜차이즈 수제맥주 집은 싫고 가끔 한국 수제 맥주를 먹으러 밀형제 양조장이나 서프파이어를 가는데 다양성 면에서 이 동네에서 링고를 따라올 곳은 없다.
친절하게 이름, 국적, 도수, 가격, 용량과 특징이 나열되어 있다.
내 사랑 아이리쉬 카밤. 링고에서 꼭 먹어야 하는 술이 기네스 생맥주이다. 오늘 난 기네스와 제임슨 위스키와 베일리스가 반샷씩 들어간 잔을 넣고 한 번에 마시는 아이리쉬 카밤을 마셨다. 그냥 캔맥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신선한 기네스 생맥으로 마셔서 더 맛있다.
다음은 벨기에 수도원 맥주로, 와인맥주라고도 불리는 듀체스 드 브루고뉴. 새콤한 맛이 강해서 식초같기도 하고 또 와인 같기도 하다. 처음 이 맥주를 먹었을 때는 사실 비싼 가격에 비해 좋은지 몰랐는데 다시 먹으니 그 매력이 뭔지 아주 조오금 알 것 같다. 은근한 탄산과 코를 쏘는 식초 냄새와 그윽한 포도향, 약간의 쇠맛이 난다.
처음보는 맥주를 한 잔 마셔야지. 미국 헤이지 IPA 웨더머신을 시켜봤다. 자몽과 오렌지 과일향이 뿜뿜 폭발하는 헤이지 IPA를 생각했으나...??????????????????뭐지 왜 고구마 맛이나고 옥수수 맛이 나지???? 헤이지 IPA는 과일의 향과 맛이 지배적이라 생각했는데 구황작물 맛이 많이 나서 처음에 조금 당황했다. 쓴맛도 강하지 않고 조화롭고 고구마의 은은한 단맛이 강하게 퍼지며 약간 싱겁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테이블이 많지는 않다. 테이블 마다 거리도 좀 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신기한 수제맥주가 먹고 싶을 때 오면 좋은 곳이다. 맥주는 좀 비싼 편이지만 수제맥주가 비싸니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