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짜이를 만드는 방법
인도 여행을 하며 기차에서, 길거리에서, 식당에서, 무수하게 짜이를 마셨다. 짜이는 치아가 녹을 정도로 무지막지 하게 달아서 어디를 가든 기가 쭉쭉 빨리는 인도에서 기력 충전에 좋았지만 짜이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한잔에 10루피,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 정도면 사먹을 수 있는 짜이를 굳이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을 이유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짜이를 처음 만들어 본 건 카페 두레를 오픈하고 나서이다. 사실, 짜이 뿐 만이 아니었다. 커피나 쉐이크 등 모든 음료를 카페 두레를 준비하며 처음 만들었다. 미리 연습해볼 수도 없었다. 한국에서 구하는 식재료와 인도에서 조달할 수 있는 식재료 자체가 달라, 카페를 오픈 하기 직전에야 완성본을 만들 수 있었다. 한국에서 직접 가져간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다크의 안정치 않은 전력 문제로 바로 고장났다. 무거운 걸 북인도 산골마을까지 이고지고 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대신, 우리는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렸다. 델리에서 공수해온 원두가 꽤 맛있었던 터라 커피 음료는 전부 흡족스러웠다. 바나나와 망고를 갈아서 만드는 쉐이크와 라다크 사람들이 많이 먹는 보릿가루인 짬빠를 미숫가루처럼 탄 쉐이크도 맛있었다. 문제는 짜이였다. 우유에다가 홍차잎과 설탕을 넣어 끓이고 내놓는데 영 색도 연하고 맛도 연했다. 손님들도 우리도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밍숭한 짜이를 내놓았는데 현지인 손님이 고개를 한참 갸우뚱하더니 물었다.
"너네, 대체 짜이를 어떻게 만드는 거야?"
"우유에다가 차를 끓여서 만들지."
"맙소사. 그러니까 이렇게 맛이 연하지. 우선 차를 물에다 펄펄 끓여야해."
"물에다가 끓인다고? 그럼 우유 맛이 너무 연해지지 않아?"
"내가 보여줄게."
그는 직접 협소한 주방에 들어가 짜이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먼저 물을 끓이고 적댱량의 홍차잎을 넣고 보글보글 끓인 뒤 못믿을 정도로 많은 양의 설탕과 우유를 적게 넣었다. 완성된 짜이는 우리가 늘 먹던 맛있는 짜이였다. 그 이후로는 그 누구도 짜이를 마시면서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았다. 20대 라다크 청년들이 '엄마의 짜이 맛'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그게 칭찬인지, 돌려까기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