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오라클을 찾아서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11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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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교 문화는 점성술, 오라클, 포츈 텔러 같은 것들과 뒤섞여 있다. 국가의 대소사를 결정하거나 달라이라마의 건강 이슈등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네충'이라고 불리는 오라클에게 신탁을 받는다. 라다크의 마토 곰빠에서도 해마다 오라클로 선정된 승려가 신탁을 받는 의식이 열린다. 민간 차원에서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개인적으로 신당을 차려놓고 일반인들의 방문을 받는다. 한국과 비슷하다.

언제부턴가 초모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우리는 서로에게 운명인지, 운명이라면 그 흔적은 어디에 어떻게 남아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초모는 지난 달부터 오라클을 수소문했고, 마침내 날짜를 잡았다. 바로 오늘이었다.

초모가 찾아낸 여성 오라클은 추슐 빠드마 라모라고 불렸다. 추슐은 마을 이름, 라모(lhamo)는 여성 오라클을 가리키는 말이다. 약속된 장소에는 이미 열댓 명의 사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생각했다.

한 시간 남짓 기다린 끝에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스무 명 남짓으로 늘어 있었다. 일제히 한 방에 들어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라모가 방으로 들어왔고, 의식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내 트랜스 상태에 들어갔다. 내가 상상한 것과 비슷했다. 그녀는 거친 숨을 쉬었고, 이따금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피터님이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초모는 웃음이 터졌고, 나까지 웃음이 터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꾹 참았다.

오라클과의 만남에 사생활 따위는 없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상담이 이루어졌다. 몸이 아파서 온 사람이 반 이상이었다. 가족 문제로 온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각자 준비한 질문을 던졌다. 초모가 통역을 도와주었지만, 트랜스 상태에서 오라클은 티베트 말과 라다크 말을 섞어서 했기 때문에 전부를 알아 들을 수는 없었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돼. 네가 하는 일은 성공할 거야. 준비가 되었다면 기다릴 필요 없어. 멈추지 마. 계속 해.

나는 원하던 대답을 얻었고, 젠젠, 스텔라, 피터, 초모의 질문과 대답을 차례로 들었다. 그러다가 눈물이 터졌다. 난감해서 멈추고 싶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방 안에 있는 모두의 무릎이, 뒤통수가, 손바닥과 발바닥이, 그리고 아픔이, 호기심이, 속상한 심정이, 어쨌든 간절한 마음이 한데 모인 이 순간이 너무 귀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지금 라다크에 함께 있고, 연결되어 있다. 늘 연결되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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