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나도 모르게 숨겨 놓은 마드리드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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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여행을, 세어보니 얼추 30개국 100여 개 도시 이상을 다닌 듯하다. 게다가 유럽의 도시들은 그게 그거고 이게 저거고 해서, 서양 사람 동양인 분간 못 하듯, 표지판 가리고 보면 어디가 어딘지 모를 만큼 비슷한데. 여기 마드리드는 그렇지가 않구나.



물론 형식이나 모양은 다른 게 없는데, 오래된 도시가 매우 현대적인 세련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모습이 딱 '명품 도시' 그 자체인듯 하다. 여기를 여태 남겨 놓았다.



샅샅이 훑은 건 아니지만, 나름 유럽 여기저기를 다닌다고 다녔는데 여기 마드리드는 왜 남겨 놓았을까? 물론 처음 온 건 아니고 지나치듯 들리기도, 잠시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마드리드는 아직 새롭다.



이러다 더 재미 난 게 없어지면 어떡하지?



여행을 취향으로 사는 건, 처음에는 끝도 없는 바닷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하지만, 가다가다 보면 지구도 작은 것, 뭐 새로울 게 있나 싶어지는 거다. 간 데를 또 가고 새롭다고 가봐야 크게 다를 게 없는, '일상'이 돼버리면 시들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참에 마드리드는 지구는 작아도 세상은 넓다는 걸 새삼 실감케 해주는 면모가 있다.



여기 왜, 이렇게 컬러풀 할까? 도시의 색이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잘 정돈된 거리와 고풍스런 건물들. 가까이 다가보면 영락없이 18세기, 19세기의 그것들인데 청담동 한복판을 걷는 것 같이 현대적이다. 게다가 간판, 광고물, 싸인들은 예술심사라도 하는 건지. 왜 같은 글로벌 브랜드의 그것조차 여기서는 다른 퀄리티를 보여 주는 걸까? 마드리드 시민은 특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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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른다. 나는 마드리드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다음에 먹으려고 꼭꼭 숨겨놓은 꿀단지 마냥, 꺼내보지 않고 간직해 두고 싶은 무엇이다. 나도 모르게 남겨 놓은 그것이다.



아 그렇지, 아직 볼 게 남았구나. 갈 곳이 남았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는 건 세상 더 새로울 게 없는, 살 만큼 산 사람의 그것으로부터 새로 태어나는 일이다. 뭘 해도 시큰둥한 마음에다 열정의 기름을 확 부어준다면, 그게 무엇이든, 누구라도. 인생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지친 마법사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해 주는 것인 게지.



당신도 그런 계기를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반복되는 일상에 나도 모르게 숨겨 놓은 마드리드가 있다면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시즌 종료의 아쉬움을 달래 줄 숨은 스핀오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기쁨이란!



그리고 이 도시의 컬러풀은 하늘빛으로부터 나온다. 건조하고 신선한 공기, 그리고 눈부신 태양 빛이 쏟아내는 하늘의 빛깔. 그것이 이 도시의 색을 부여해 주는 것이다. 그러니 눈으로 봐야지. 뚜벅뚜벅 걸어와 쏟아지는 햇살이 연출한 마드리드의 총 천연색을 눈에 담아야지.



아직 남았구나.
살아갈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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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레이스 + City100] 072. Madr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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