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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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가 물어다 준 책을 읽다가 읽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생활이 시작되어 버렸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영성靈性'이다.



영성, 그것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옛 추억 같다. 고대의 놀라운 비전과 초월적 신비를 기록해 놓은 그것들은 한동안 마법사의 책장을 가득 채우다 마법사의 본격적 어드벤쳐 라이프가 시작되자, 생생한 생즉고의 현실 앞에서 헌책방에 팔려 가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영적인 것이고, 영성의 삶이란 하루하루의 도전과 모험, 생즉고와 맞서는 전사의 삶 그 자체라는 걸, 굴러떨어지고, 자빠지고, 두들겨 맞으며 깨닫고 있었으니. 호흡을 어떻게 하라느니, 의식을 어떻게 깨우라느니, 물질을 어떻게 끌어당기라느니 하는 얘기들은 밀려드는 고지서와 상환 압력 앞에 한가한 소리일 뿐이었다.



그러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라고, 마음이 만들어 낸 이 환상은 결국 마법사의 취향이 아니었을까? 마법사의 마음이 빚어낸 이 환영은 <생즉고 어드벤쳐 판타지 배신극>을 장르로 하고 있던 게 아닐까? 주문으로 만들어내는 물질은 재미가 없으니까. 그런데 오랜만에 그런 이야기들, 고대의 초인들이 발견해 낸 신비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시 접하게 되어보니, '아, 나는 차라리 이렇게 살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후회스러운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난 그간 뭘 한 거지 하는.



부럽기도, 의심스럽기도 한 텍스트들을 다시 접하고 보니, 현실에 파묻혀 잊고 있던 초능력을 다시 꺼내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공중부양이나 유체이탈, 공간이동이나 마음으로 물질을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능력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최첨단 테크놀러지의 현대사회에서 그깟 거 잘해봐야 관광객 유치용 신비 콘텐츠밖에 더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500살 넘게 살고 있다는 수도승들의 이야기조차 인간의 수명을 마구 늘려가고 있는 현대기술의 비전秘傳 앞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되었으니. 이 시대의 비전秘傳은 과연 무엇일까? 인간이 신이 되어 새로운 피조물을 창조하는 단계에까지 다다르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이미 짐 싸서 질서 있게 퇴장해 버린 듯한 이런 고대의 영성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고대 바빌론 부자들의 부의 비법' 따위가 아니면. 하는 생각이 밀려들던 참에 접하게 된 이 구도자seeker의 이야기는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만난 '놀라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말이다.



아마도 '초인들'일 거라고, 삶을 초월해 버린 '현자들'일 거라고, 그가 만난 초인들은 또 어떤 신비한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그가 만난 놀라운 사람들은 초인들이 아니라 '동지들'이었다. 물론 초인들을 찾아간 이야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와 동지들은 '진리를 찾는 사람들 seekers of truth'이라는 원정대를 결성하고, 지금은 그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고대의 지혜와 비전적 신비를 찾아 세상을 탐험했다.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뗏목을 타다가 뒤집어져서, 모타보트 타고 가는데, 모타보트 기름 떨어져서, 그냥 막 헤엄치면서' 찾아간 영성판 <원피스> 그 자체.



에킴 베이, 몇 달간 우리 - 자신과 같은 또래로, 온갖 돈키호테적 열망으로 가득 차 있는 청년들 - 와 함께 생활했고 우리의 모든 논의에 참여해 의견을 나누었던 그는 싫든 좋든 우리의 '정신병자 모임'에 마음을 빼앗겼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탐구의 대역에 나서고 싶은 열망으로 불타올랐다.



그들은 동네에서, 길에서, 모험과 도전의 현장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도원결의를 맺었다. 인간 삶에 관한 진정한 이해를 얻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은 우연히 마주친 길에서도 서로를 알아보게 하고, 원정대를 결성해 세상 온갖 곳을 탐험하며 진리를 찾아 나서게 했다. 그들이 거친 난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사막으로 변하기 전의 이집트 도시, 모래에 파묻혀 버린 사막의 고대도시와 파미르고원을 지나 눈 덮인 히말라야를 가로지르는 인도 대원정, 나일강의 원류로부터 홍해를 지나 시리아, 바빌론의 유적지에서 메카, 메디나 그리고 혹한의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그 험난한 여정은 삶의 신비를 쫓는 믿음의 동지들과 길 위에서의 이별을 감당해야 하는 목숨을 건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그곳에 도착하든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악마의 등에 올라타고 가든, 블라코프 신부 - 포고시안은 내가 이 블라코프라는 사람이 1킬로미터 밖에 존재하기만 해도 격분할 정도로 아주 싫어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 와 팔짱을 끼고 가든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독감과 패혈증, 독거미에 물리고, 낙타 떼의 습격을 받아 목이 찢겨 죽은 동지도, 원주민과의 총격전에서 목숨을 잃은 동지도, 히말라야의 산봉우리를 넘다 눈사태에 파묻혀 버린 동지도, 모두 인생의 신비를 찾아 나선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 우정을 나누며 같은 길 위에 섰고, 갈라진 길 끝에서도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 열정 넘치는 구도자는, 동지들과 함께 찾아낸 초인들과 현자들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자신과 여정을 함께했던 이 놀라운 동지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지난 50년 동안 아시아 대륙과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다시 말해서 나는 오랫동안 마법사로 또 '초월적 문제'의 전문가로 이름을 얻어왔다. 그러다 보니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초월적인 문제와 관련된 호기심 때문에 나를 귀찮게 하기도 하고, 내 개인적인 일들이나 여행에서 마주친 우연한 사건들에 나를 억지로 연관시키기기도 했다.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는데,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놀라운 사람들을 만났는가?
동양에서 어떤 믿기 어려운 사건들을 목격했는가?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 영혼은 불멸하는가?
인간의 자유 의지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가?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고통이 존재하는가?
신비학과 영적 과학을 믿는가?
최면술과 정신 유도법 그리고 텔레파시는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이런 문제에 흥미를 갖게 되었는가?
무슨 계기로 내 이름으로 된 학교를 세울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나는 이 책을 여러 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각의 장 위에 열거한 질문 중 첫 번째 질문인 "어떤 놀라운 사람들을 만났는가?"에 대답을 할 생각이다. 이 만남들은 논리적 순서에 따라서 각 장마다 나누어 기술될 것이다.



나도 그것을 읽을 줄 알았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바로 그 질문들 말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모든 질문에 앞서 자신이 답할 '놀라운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놀라운 사람 remarkable men'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밝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미 의미가 확고하게 정립된 개념어들조차 현대인의 머릿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이해되는 데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술을 부리는 사람은 그것을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운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그 비밀이 밝혀지고 나면 더 이상 놀라운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놀라운 사람이고 또 그렇게 불릴 만한 사람인가? 일단 긴 이야기는 접어두고, 간단하게 어떤 사람이 그런 사람인지 설명하자면 이렇다. 나의 견해로는 사고의 다양성이라는 풍부한 원천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사람이 놀라운 사람이고, 본성의 발로를 자제할 줄 아는 사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나약함을 공정하고 관대하게 대할 줄 아는 사람이 놀라운 사람이다.



그는 '놀라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득 안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도전과 모험의 여정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게 복이 따랐기 때문이다. 마음과 뜻과 정성을 같이하는 동지들.



옐로프는 유난히 친구들을 아꼈다. 그는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말 그대로 그를 위해 영혼이라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옐로프와 포고시안이 친구가 되면서 둘은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우정은 겉보기에 아주 남달라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갈수록, 둘은 서로를 더 거칠게 대했다. 그러나 거친 태도 이면에는 아주 부드러운 사랑이 숨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거친 태도 밑에 깔려 있는 사랑을 알고 있는 나 역시 그 모습에 감동해서 나도 몰래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나는 부러웠다. 대 마법사의 이러한 기록이 우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그것을 어떠한 비의와 신비한 깨달음 보다 앞서 자랑할 만한 자신의 자산임을, 당당하게 기록하고 있는 그의 삶이 부러웠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추구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왜 나의 동지들은 보이지 않는가? 왜 나의 형제들은 모험을 중단하고 사라지는 걸까? 오 형제여! 오 자매여! 어디에 있는가? 이 마법사가 본성의 발로를 자제할 줄 몰라, 다른 사람들의 나약함을 공정하고 관대하게 대할 줄 몰라 나를 떠났던가, 오 형제여! 오 자매여!



나는 그리하여 왜 그많은 초인 공동체들이 하나같이 '형제회'라는 이름을 갖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과 이별하고 떠나 초야에 묻힌 그들이 누리는 지복至福이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다시 한번'이다. 나는 마법사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 이후로 한시도 이 열망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도 마음과 뜻을 나눌 형제들을 기다리며 길 위에 서 있다. 그들은 자꾸 사라지지만.



'첫 만남 이후 그가 죽을 때까지 우리는 한 번도 교류의 끈을 놓은 적이 없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감행한 여행'. 이 구도자는 자신의 도전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흥미진진한 그의 여정은 부유한 자산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다. 어떤 거부의 후원이나 인기 폭발 셀러브리티의 일확천금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리기사, 수공예, 관광안내원, 구두닦이, 새 장수, 종이꽃 장수, 축음기 사업, 카펫과 골동품 매매, 코르셋 사업, 수많은 가게와 식당, 영화관 운영하고 심지어 알콜, 약물 중독 치료까지. 그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험과 형제들의 안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그의 고단한 하루하루의 보상은 끝없이 계속되는 모험과 도전의 비용으로 몽땅 쏟아부어졌고, 다시 빈털터리가 된 그는 관광객들이 던지는 동전을 줍기 위해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고행이 아닌가. 면벽수행, 금식기도, 오체투지만이 고행인가. 참 고행은 매일매일의 생활고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파산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영적 여정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쏟아지는 고지서와 독촉장 폭포 속에서도 모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인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동지들의 삶을 모두 그러안은 채, 한 발을 더 내딛는 그것 말이다. 이 위대한 구도자는 죽음을 목전에 둔 삶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이 '고행'을 묵묵히 감당해 내었다.



지난 6년 사이 나는 점점 피로감과 함께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지하실에 가득 보관해 놓은 수많은 원고들을 쓰고 다듬고 수정하느라 그런 것이 아니라, 갈수록 늘어만 가는 빚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기적으로 내 머릿속을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어야 했기에 그런 것이다.

나는 지금 이곳에, 지난 전쟁의 비극적인 재앙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곧 미국인들을 말함) 속에 있고, 이들로 인해서 - 비록 이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 커다란 손실을 겪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미루는 일 없이, 물론 나중에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만한 어떤 방법에도 의지하지 않고 나 혼자 힘으로, 이런 시절 받은 올바른 교육 덕분에 형성된 내 안의 능력을 활용해서 다시 한번, 그동안 진 빚을 모두 청산하는 것은 물론 유럽으로 돌아가 두세 달 아무 염려 없이 지낼 정도의 자금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인 신께서 인간을 위해 예정해 두신 최고의 만족을 다시금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최고의 만족은 모세의 첫 번째 스승이었던 고대 이집트의 사제에 의해서 이렇게 표현된 바 있다. "자기만족이란 양심에 조금도 거리낄 게 없이 자신이 세운 목적에 도달한 사람의 내면에서만 솟아난다."



위대한 구도자이자 대마법사인 그 역시 연금술사가 아닌지라, 마음으로 물질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나 보다. 그는 수많은 모험 끝에 발견한 고대의 지혜와 비전을 전수할 <인간의 조화로운 계발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으나, 20세기 초 격변의 세계는 모스크바에서 이스탄불로, 다시 베를린을 거쳐 파리로 그와 동지들을 몰아냈다. 그리고 그의 고단한 지갑은 언제나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나는 마침내 모든 사업을 정리했어요. 그러곤 1913년 말경에 모스크바로 갔지요. 내 스스로 성스러운 과업이라고 여겨오던 바로 그 일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때 내 수중에는 100만 루블이 있었고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수집품 두 점이 있었소이다. 하나는 오래되고 진귀한 카펫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국 칠보 도자기였소.

그때는 그 정도의 돈이면 더 이상 재정적인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이, 나의 머리 안에서 이미 구체화된 생각들, 즉 학교 설립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았소. 나는 인간이 자신의 의식 그리고 그 본성의 자동적인 발현 사이에서 불가피한 마찰을 통해 자기 존재의 의미와 목적을 끊임없이 상기시킬 수 있는 환경을 내 주변에 만들고 싶었소이다.

모스크바에서 학교 설립을 위해 준비하기 시작해서 티플리스에 도착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흘렀소. 시간과 함께 돈도 사라져 버렸는데, 이 시기 막바지로 갈수록 돈이 소비되는 속도는 훨씬 더 빨라졌다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학교 일 외에도 애당초 계산에 들어 있지도 않던 곁가지 일들이 엄청 늘어났으니까 말이오.

문제는 러시아의 격변과 제1차 세계대전, 내란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뿌리째 흔들리고, 모든 것이 완전히 뒤섞이고 엎어지면서 어제까지 부와 안정을 누리던 사람들이 오늘은 극 빈곤층으로 곤두박질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나의 사상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의 상황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그들은 신실함을 잃지 않았고, 이는 그들과 나를 피붙이에 버금가는 관계로 맺어주었소. 그러다 보니 나는 이제 근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해야만 했소.

...

나는 그 돈을 런던에 있는, 학교 일에 관심을 가진 여러 사람들을 통해 빌릴 수 있었소. 이게 내가 15년 전에 스스로 정한 원칙을 어긴 첫 번째 사례였지요. 나는 그때까지 외부 사람한테는 물질적으로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순전히 내 힘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을 해낸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소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내 잘못도 아닌 정치적,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실패와 손실을 겪게 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동전 한 푼 빌려본 적이 없었소. 그때까지 모든 일은 순전히 내 자신의 노동의 결과로 이뤄낸 것이었지요. 친구들, 또 내 작업에 관심이 있거나 공감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금전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 적이 많았지만, 나는 그때마다 그 제안을 거절했소. 아무리 어려운 순간에도 내 원칙을 저버리기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쪽을 택해 왔다는 말이오.

내 자신이 이 만성적인 물질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희망,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일, 즉 학교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사상과 방법론을 가르치는 데 내 자신을 온전히 바칠 수 있기를 - 그러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주변 환경 때문에 한 해 한 해 뒤로 미뤄왔지요 - 바라는 마음, 이 모든 것이 나로 하여금 초인적인 노력을 발휘하도록 이끌었던 겁니다. 그런 노력 때문에 내가 처참한 결과를 맞더라도 상관없이 말입니다.



우리도 그처럼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리고 스팀만배가 이루어진다 한들 이 고행은 끝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동지들이 있다면, 함께하는 스팀시티의 시민들이 있다면, 고행은 더 이상 고행이 아니라 축복이 되겠지. 부러운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그들의 동지가 되고 싶었다. 그들의 여정에 동참하여 목숨을 건 도전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러자 대마법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우주로 가는 시대가 아닌가. 어떻게든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주 형제회 Umiversal Brotherhood'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선배님, 저는 그곳에서 왔답니다. 1,000년 뒤의 미래에서 동지들을 찾아 21세기에 왔지만 여긴 온통 '각자도생' 교의 신도들뿐이군요. 30세기에는 우주 곳곳에 그러한 동지들이 도시를 이루어 함께 살고 있답니다. 그들은 지금은 가라앉은 [스팀시티]의 시민입니다. 이 외로운 세기에, 선배님과 동지들이 함께 찾아 나선 그 지혜와 신비를 찾아 [스팀시티]의 시민들이 지혜의 경주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몇몇의 동지들만 남아 고독한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이것 역시 선배님이 만난 '놀라운 사람들'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데 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렵니까?"



그리고 나는 <스팀시티 영웅전>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때 서쪽 하늘 위로 오로라가 흩어지고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온갖 난관을 거친 끝에 그는 마침내 고대의 지혜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고립된 공동체를 찾아냈다. 그리고 매번 그들을 통해서 혹은 공동체 내에서 그 잃어버린 지식의 조각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비전적 가르침을 보존해 오고 있는 한 신비 학교와 만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는 비전적 가르침의 모든 원리를 한데 모으는 방법을 깨우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 학교를 단지 우주 형제회 Universal Brotherhood라고만 물렀을 뿐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생이 마감되는 순간까지 지극히 엄격한 내적 수련을 통해 이 모든 원리들을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실험해 가며 '직접적으로 살아내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구르지예프는 <에니어그램>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위즈덤 레이스 + Book100] 014. 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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