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택시 드라이버
미국은 무수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국가에 대한 자긍심으로 엮어 놓았다. 종교도 인종도 다르지만 '우리 모두 미국인'이라는 의식 하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정의롭고 강한 국가일 필요가 있다.
60년대는 2차 대전을 전후로 태어난 아이들이 청년이 되고 사회에 진출한 시기이며, 그 청년들이 전쟁의 참상이 아직도 남은 세상에서 냉전을 이어가는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상황에 미국의 베트남 파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베트남 전쟁은 그 자체로도 미국이 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회의감을 주었고, 그 시기에 그와 관계가 있기도 없기도 한 많은 사건들도 끊이지 않았다. 히피 문화는 반전 운동과 결합하고, 반문화, 반체제적인 움직임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우드스톡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국가를 철저히 망가뜨렸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가장 위대한 국가 연주로 꼽히고 있다. 거기다 알리, 비틀즈, 킹 목사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런 시기에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혼란스럽고 외롭다. 참전 용사들은 원래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거기다 그들은 패잔병이며, 국가에서 환영 받지 않는다. 그들은 '자랑스럽지 않은 미국'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는 사이 문화도 변했다.
참전 용사 트래비스는 불면증에 시달린다. 잠이 오지 않아 시간을 보내기 위해 휴일도 없이 택시를 몰고, 늦은 시간에 뒷골목을 다니며 온갖 더러운 것들을 본다. 그 와중에 길에서 본 흰 옷을 입은 베시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그녀를 그 쓰레기와 대비되는 존재로 여긴다. 용기를 내어 말을 걸고 약속을 잡지만, 포르노 영화관에 데려가고 베시는 떠난다. 포르노 영화관도 새로운 것이다. 트래비스에게는 어려운 새로운 세상에서 새롭게 배운 유일한 것이었지만 베시는 모욕감을 느낄 뿐이었다. 트래비스는 쓰레기더미 같은 세상에서 홀로 아름다웠던 베시는, 쓰레기 같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것이 그가 팰런타인을 암살하려고 했던 이유다. 정치인은 쓰레기 같은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 중 하나이며, 거기에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팰런타인은 주연이다. 암살은 실패한다.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죽을 각오를 하고 갔지만 트래비스의 태도에는 확신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러고는 전에 마주한 적 있던 어린 매춘부 아이리스를 구하기로 한다. 이번에는 확신이 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총을 쏜다. 자신도 총상을 입고,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총알이 떨어졌다.
살아남았다. 아이리스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서 잘 살고 있다. 건강을 되찾고 다시 택시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베시는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자신을 영웅 대접하는 기사를 벽에 붙여놓은 걸 보면 세상을 덜 미워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