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100]패치 아담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대한항공의 마지막 추락 사고는 97년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 이유 중 하나를 한국어에 담긴 위계질서 때문이라 보기도 한다. 그 이후로 대한항공의 조종석에서는 영어를 쓰게 되었고, 그것의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가 21세기에는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끼리 존댓말을 쓰지 못 하게 했다. 선후배 관계에 메여있게 만드는 존댓말은 경직되게 한다는 이유였다. 마찬가지로, 그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몰라도 그 시기에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거둔다.

 전세계 문화를 통틀어도 의사의 권위가 낮았던 시기는 거의 없다. 인간의 삶에 대한 추구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이 가장 원하는 걸 주는 사람의 지위는 결코 낮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권위 있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자연스레 한국어를 사용할 때와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항상 엘리트로 살아온 그들에게 실수를 공유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누군가 용기를 내더라도, 같은 실수를 낸 다른 의사들은 그에 호응하기 어렵다. 그래서 흔하게 발생하는 의료 과실이 반복된다.

 그래서인지 의학 드라마에서는 탈권위적인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탈권위적인 주인공이 기존의 권위적인 질서를 무너뜨리고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 간다.
 패치 아담스도 그런 영화다. 권위를 비웃으며 환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환자들의 친구가 되어준다.

 실존 인물의 삶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극적인 묘사를 위해 각색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동을 위해 만들어 낸 장면도 많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문법을 따르는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나치기 어려운 장면들까지 있다.
 가령, 의사가 되고 싶다고 의대에 가서는 자격도 없이 무허가 진료소를 차리는 내용이 나온다. 유지를 위해 병원에서 물품을 훔치기도 한다. 그 이유로 퇴학 위기에 놓이지만 실제로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이야기 대신 의학에 대한 열정, 환자에 대한 진심을 연설하고 그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
 공부 대신 대화를 하라며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의사에게 많은 공부가 필요한 이유는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의사는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고,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그와 가까운 모든 사람들을 덮칠 비극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활발한 인간관계를 맺을 시간을 보내면서 의학적 지식까지 쌓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보내면서 의학적 지식도 쌓을 수 있는 극소수의 천재들만이 의사가 되어야 할까?

 다양한 문제점도 가진 영화였지만 나는 영화를 혹평하고 싶지는 않다. 권위에 도전하는 인물을 보는 건 항상 감동을 준다.비록 문법에 따른 감동이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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