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프로페서 앤 매드맨 - 빛과 어둠은 하나야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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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서 앤 매드맨


Professor and Madman,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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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Professor

소중하고 특별한 감정에 동반한 생각은 현실로 구현된다. 누군가에게 사전이란 한없이 지루한 두꺼운 책에 불과하겠지만, 그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 일은 운명이다. 그가 믿고 사랑하는 신이 깃든 세상 모든 단어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일, 그들의 역사를 밝혀 변화를 기록하는 일, 세상을 사랑하는 일, 모든 걸 희생하고 포기하고 온몸 바쳐서 해내고 싶은 거룩한 일, 불가능해 보이는 참조가 없는 모든 위대한 일에는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14살 학교를 중퇴한 남자에게 차가운 냉대와 질문이 쏟아진다. 우린 명망 있는 옥스퍼드인데 감히 어디 우리를 대표하려고 해. 학위도 없는 주제에. 그의 조력자가 되어 줄 프레디가 말한다. 몇십 년간 우리의 방식은 실패했고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새로운 동력과 새로운 방식 우리가 아닌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 사람만이 우리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학위 따윈 없지만, 그는 영어, 라틴어, 스페인어, 히브리어 등등 내가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많은, 많은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지식을 지니고 있다. 그는 언어를 사랑하니까.

모든 말을 모으는 작업은 너무 방대해서 불가능하다지만, 함께하면 가능하다. 그는 세상에 진심을 적어 담은 SOS를 보낸다. 영어를 구사하는 모든 사람이 다 전문가이다. 사랑은 형식과 겉치레 정도는 가볍게 무시한다. 중요한 건 진짜 일이 되게 만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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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일자리를 버리고 사전 편찬을 위해 온 가족이 이사를 왔다. 아내는 머레이 교수를 적극 지지 하고 생활고를 견딘다. 머레이 교수는 크리스마스에도 온종일 작업실에 박혀서 작업 중이다. 순간 아내의 얼굴에 어둠을 읽고 마음이 가라앉으려는 찰나 아내는 아이와 함께 작업실에 눈덩이를 던진다. 같이 놀자고. 머레이 교수와 작업하던 사람들은 아이들처럼 신나게 눈싸움을 한다. 그때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 영화는 인생이구나! 그때 머레이 교수의 꿈이 이루어질 걸 알았고 나는 이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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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은 하나이다. 다르지 않다. 단어와 언어를 밝히려는 그들의 열정과 사랑은 놀랍도록 이어진다. 어둠은 빛을 구원한다. 머레이 교수가 어려움에 부닥쳐 곤두박질치기 직전 기적처럼 세상이 하대하는 미치광이가 나타난다. 빛이 빛날 수 있도록 어둠이 손을 내민다.

‘내 생각들이 당신의 생각을 밝히기를.’

그들이 만나 작업 속도는 빨라지고 풍부해진다.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형제처럼, 가족처럼, 친구처럼 그들은 이어져 있다. 사회는 그들을 다르게 구분하지만 그들의 이름은 같다. 빛과 어둠이 만나 꿈은 탄생했다. 운명처럼 예정처럼 사랑이 구현된다.


Ma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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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Love… then what?’
(사랑이라면… 어쩌죠?)

전쟁을 치른 미국 장교이자 의사, 윌리엄. 어쩌다 돈도 많고 저 똑똑한 사람이 나락까지 떨어져서 한 영혼을 다 파괴하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그를 미치광이라고 말한다. 윌리엄이 미쳐버린 이유는 맑고 깨끗한 성정 때문이다. 다른 이의 영혼을 파기한 자신의 과오를 절대 용서하지 않고 평생 미워하고 저주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세상, 밤마다 악몽을 꾼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가혹한 벌을 내리지 않으면 그 부채감을 견딜 수 없기에, 그가 만든 세상에서는 더 큰 고통이 자란다. 그 불운과 고통에 윌리엄은 더 극심한 고통을 받고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나 머레이의 말처럼 그 고통은 그 여인을 구원하고 윌리엄을 구원하게 될 거야. 윌리엄이 믿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을 모르는 사람의 귀에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연인의 기구한 사연은 막장 드라마이자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러나 윌리엄을 미워하던 일라이자가 윌리엄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윌리엄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두려움에 갇히지 않는 윌리엄의 맨 얼굴과 영혼을 만나게 되서 윌리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는 윌리엄은 사랑을 말하는 일라이자가 너무 두려워 자신을 영원히 감옥에 가둬 두기 위해 도망친다. 자신을 다 망가뜨려서라도.

‘만약 사랑이라면 구원은 없는 거겠죠.’

‘당신은 내 친구가 아니야! 여기서 나가!’

절규하고 절망하던 바보 같은 윌리엄, 자신이 가둔 감옥에서 고통스러운 윌리엄을 보며 마음이 찢겼다. 넌 누구보다 아름답고 위대한 영혼이야, 윌리엄. 고통받지 않아도 돼. 누구도 널 판단하지 않아 너를 제외하면 말이야.

I can because of you

처음 할 수 없다고 두려워하며 거부하던 일라이저에게 성큼 다가가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했던 건 윌리엄이었다. 윌리엄 덕분에 일라이저는 할 수 있다. 일라이저는 글을 쓸 수 있게 되고, 용서할 수 있게 되고, 그를 볼 수 있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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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를 만나요. 그 여자를 만나서 그 여자 눈을 바라봐요. 그가 그를 진정 용서했다면 그 눈에 사랑이 어려 있다면 그를 어떻게든 구해주세요.

빛과 어둠은 하나이고 그를 바로 보게 된 사람은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은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정신이 나가 돌아올 리 없는 윌리엄의 손을 꼭 잡고 내가 여기 왔다고, 나를 봐 달라고 말하는 일라이저는 부드럽게 말한다.

“If love…just love.”

사랑이라면 사랑하세요. 사랑에 의미를 붙일 필요 없어요. 사랑이라면 그 귀한 사랑이라면 그저 사랑하면 돼요. 아무 걱정 없이 아무 판단 없이.

내게 Professor And Madman은 Love Love Love로 읽힌다. 그 단어와 접속사는 모두 같다. 그리고 이건 인생을 담은 영화이다.



-2021년 6월 9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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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Love… then what?’
(사랑이라면… 어쩌죠?)

어딨져..?

? _ ? 아마 거기 있을텐데 보이시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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