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승리보다 소중한 것
하루키가 올림픽 취재를 위해 2000년 시드니에 방문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마침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여운을 느끼던 중이었기에 나의 올림픽과 하루키의 올림픽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책에 수록된 다양한 에세이는 시드니 올림픽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올림픽에 관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의 역사, 호주에 서식하는 동물, 호주를 체험하며 느낀 하루키의 감상이 더해져 '올림픽 시기의 호주 여행기'를 보는 느낌이 더 강했다.
이전까지 나는 여행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는데, 하루키의 에세이를 보다 보니 하나둘 가보고 싶은 나라가 늘어간다. 하루키의 묘사에 기대 나라 풍경을 그려보고, 그의 감상에 비추어 도시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그 상상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도 궁금하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얼마나 맞닿아있을지도 궁금하다.
이번 올림픽이 유독 나에게 여운을 남긴 것은 운동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인간이 몸으로 결실을 이뤄내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시기였기 때문인데,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는 올림픽을 전혀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거기에 어떤 이해관계가 있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일 것이다.
이 책에도 러너로서의 하루키의 모습이 드문드문 배어있었다. 올림픽을 보고 매일 글을 쓰는 동안에도 하루키는 꾸준히 60분 정도 조깅을 했다. 언젠가는, 나도 하루키가 달렸던 로열 보타닉 가든을 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