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낮의 시선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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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 한낮의 시선

결핵 판정을 받고 한적한 고장의 외딴집에서 요양을 하게 된 주인공이 대학 교수였던 이웃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맞게 된다. 짧은 대화로 인해 그는 잊고 있던, 자신에게는 처음부터 부재했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깨닫게 되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떠난다.

이승우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 다 큰 감흥이 없었다. 글은 딱딱하기도 하고, 인물을 이해시키기 위해 작위적인 통념들을 가볍게 풀어놓는 느낌도 들었다. 어느 시점에서 지루함을 느꼈지만 끝까지 읽었다. 남자가 느끼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여자인 내가 느끼고 대하는 아버지와는 자못 다를 것이다. 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아버지와의 문제로 고민하는 남자 지인이 있다면 추천해볼 법 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상념이 끼어들어 그 생각을 방해했다. 그 집은 이제 더 이상 아늑하지 않다. 적어도 그전에 아늑했던 것처럼 아늑하지는 않다. 모퉁이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리고 그 시선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버렸으므로, 그 시선을 찾아, 혹은 그 시선에 호출당해 광야로 나왔으므로 어머니의 집은 더 이상 평안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집에서 광야로 나오게 한 것이 누구인지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러므로 나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휴전선에서 가장 가까운 인구 3만의 도시를 걸으며 나는 집과 광야에 대한 상념을 곱씹었다. 집이 어머니의 영역이라면 광야는 아버지의 세계였다. 어머니는 집을 짓고, 가정을 꾸리고, 일구고, 정착하고 ,쌓는 자였다. 아버지는 광야로 나가고, 떠나고, 헤매고, 버리고, 뿌리치는 자였다. 어머니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고, 아버지는 자유로움에 들려 있는 자였다. 땅과 하늘, 실리와 명분, 구심력과 원심력······. 상념은 처음에는 추잉껌처럼 말랑말랑했지만 나중에는 고무처럼 질겨져서 씹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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