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2 - 던킨 도너츠를 다시 먹어보고 싶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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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8 야구와 고래와 도넛 -보스턴2

쭉 하루키 에세이를 읽어오면서 몇 편이나 보스턴에 관련된 글을 봤다. 보스턴에 관한 글이 유독 많은 것은 그가 5년 정도 보스턴에 살았던 것도 이유 중 하나인 것 같고, 그가 러너로서 보스턴에 갖고 있는 추억들이 애틋하기에 그런 것도 같다(늘 빠지지 않는 찰스강 조깅 얘기와 하나의 글로 써냈던 보스턴 마라톤 같은 이야기들). 이 글은 보스턴과 관련된 자신의 추억 이야기기도 하고, 보스턴 여행 시 빼놓으면 안 될 것들을 추천하는 추천 글이기도 하다.


가보면 알겠지만, 펜웨이 파크는 모든 의미에서 평범하지 않은, 특이한 구장이다. 대도시 한복판의 좁은 공원에다 상당히 억지로 구겨넣은 듯한 모양새라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체적으로 비대칭인 구조, 덕분에 생겨난 그 유명한 그린 몬스터, 고풍스러운 철골(관중석 곳곳에 사각지대를 형성한다), 굴곡이 많은 외야라인(당연히 수많은 불규칙 바운드를 낳는다), 고소공포증인 사람이라면 등줄기가 서늘해질 만큼 가파른 2층석, 파울볼이 위험하게 직격하는 내야석(백네트 말고는 펜스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공이 숱하게 관중석으로 날아든다. 하드웨어의 이런 특이점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쪽도 매우 색다르다. 8회 말에 모든 관객이 즐겁게 합창하는 닐 다이아몬드의 오래된 (게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히트송, 납작한 모양의 핫도그, 미식축구 쿼터백처럼 멀리서도 손님에게 포테이토칩 봉지를 정확히 패스하는 상인들. 신기하게도 이 야구장의 그런 광경이며 풍습, 분위기가 일단 몸에 배어버리면 다른 구장은 밋밋하고 싱겁게만 느껴진다.

하루키는 유명한 야구광이기도 한데, 그래서 이렇게 장황하게 펜웨이 파크에 대해 설명하는 걸까 생각했다. 야구장을 가본 적이 없는 나는 펜웨이 파크를 찾은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보며 엄연히 존재하는 장소로서의 펜웨이 파크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공간이겠다 생각했다. 펜웨이 파크에 대해 찾아보다가, 그 유명하다는 그린 몬스터가 뭔지 찾아보다가, 결국은 타자의 공이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경기 영상까지도 보게 되었다.


참, 던킨 도너츠도 보스턴 쪽에서 유독 편애받는 것 중 하나다. 당연히 이 도시에도 수많은 스타벅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완고한 보스턴 시민들은(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완고하다) 길을 가다 문득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면 스타벅스보다 던킨 도너츠에 들어가는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 비록 남녀 종업원들의 태도가 친절과는 거리가 멀고, 커피 맛이 그다지 인상적이라고도 할 수 없고, 의자와 탁자, 조명기구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달리고, 인터넷 환경 같은 개념에서 이렇다 할 배려를 찾아볼 수 없을지라도. 그래도 그들은 스타벅스가 아닌 던킨 도너츠의 충실한 고객으로 남기를 원한다. 대체 이유가 뭘까? 빌에게 물어보면 틀림없이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냥 옛날부터 그랬어"라고 대답하겠지.

뉴욕에 가거나 도쿄에 머물 때는 나 역시 곧잘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를 마신다. 딱히 스타벅스에 개인적으로 반감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 점은 알아주십시오. 그런데 보스턴에 있을 때만은 항상 다리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던킨 도너츠 로고 쪽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얼굴을 찡그리며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베어물고, <보스턴 글로브>를 펼쳐 어젯밤의 경기 결과를 확인한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그곳은 보스턴이고, 던킨 도너츠는 ‘보스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보스턴다운 마음가짐)’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화이트초콜릿 윈터 차이 그란데? 흥" 하는 소리까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루키 소설에서도, 에세이에서도 던킨 도너츠 얘기가 종종 나온다. 입시를 준비하며 서울을 오가던 열아홉 때, 서울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낡은 건물인 남부터미널 안쪽에 던킨 매장이 있었다. 그때는 진열장 안의 도넛들이 반짝여 보였다. 어린 내겐 꿈 같은 간식이었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너무 맛이 없어서 그 후로는 던킨 도너츠에 대해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하루키 글 속 꾸준히 나오는 던킨 도너츠를 보다 보니 다시 던킨 도너츠를 먹어보고 싶어졌다. 이 글에서는 보스턴 매장의 던킨도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맛있지 않을까? (어쩌면 맛보다는 하루키가 말하는 '보스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라는 것을 직접 느껴보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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