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마블
MCU 페이즈 3의 마무리를 앞두고 감정적이지만 신경질적이진 않은, 시크하고 터프한 성격의 여성 영웅인 캡틴 마블이 새롭게 등장했다. 할라 행성에서 기억을 잃은 채로 전투 훈련을 받은 그녀는 임무 중 스크럴 족에게 잡혀 자신의 기억을 강제로 읽힘 당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지구에 도착해 끊겨있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자신의 과거를 좇기 시작한다.
과거를 망각하고 살던 이가 과거를 되찾고 강해진다는 것이 캡틴 마블 서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억지로 외면하지 않기, 억압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그것은 영웅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과정이다. 특히나 모든 일을 깊게 묻어두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나에게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과거를 쫓는 과정에서 설사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도, 그것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다른 영웅과 견주어보아도 압도적으로 강한 여성 영웅의 등장. 그리고 그런 그녀가 얽매일 만한- 할라 행성에서 믿고 따르던 욘-로그를 극복해내며 당신에게 증명할 게 없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 정말 통쾌했다. 그녀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