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미친 노인의 일기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를 차례로 쫓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를 알게 되었다. 이름만 줄지어 세워둬도 든든해지는 이 작가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에 나타나는 그들의 시대에 대한 묘한 동경까지도 가지게 되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만큼 유명하고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지만, <치인의 사랑>을 읽은 후로는 변태 늙은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그 와중에 이 책까지 읽게 되니 며느리 발에 페티쉬를 느끼며 호시탐탐 핥을 기회를 엿보는 미친 노인의 모습을 제대로 목격한 듯해 읽는 내내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글에 드러나는 그의 표현은 매우 섬세하고, 그의 욕정은 비틀림을 이유로 끌림을 수반한다.
<치인의 사랑>을 읽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설사 그가 변태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라고. 그 점에서 나는 온갖 부적절한 내용으로 가득 찬 그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고, 탐미주의라 불리는 그의 저작 스타일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때로는 통념을 벗어난 모습을 보며 우리가 쉽게 꺼내지 못하는 욕망들을 생각하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