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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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 셰익스피어도 결코 이러지 않았다

스스로 정한 휴일. 약속이 있어 오후에 20세기 소년에 와야 했는데, 휴일인 만큼 무겁게 들고 다니던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이북 리더기를 가져가야 하는 게 아닌지, 책 한 권이라도 들고 가야 하는 게 아닌지 망설였지만, 20세기 소년에 있는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서가의 제일 위 칸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찰스 부코스키는 '가장 좋아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인데도 이 책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가로로 긴 부코스키 책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책을 꺼내 읽었다. 읽으면서는 늘 그렇듯 계속 낄낄댔다. 찰스 부코스키 너무 좋아. 너무 너무 너무.

누구의 책일지 궁금했는데, 젠젠언니의 책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다 읽고 정보를 찾아보니 절판된 책이었다. 언니 덕분에 생각지도 못하게 귀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늘 그렇듯 찰스 부코스키는 골 때릴 정도로 웃기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젠 세상에 없는 그와 사귀는 상상을 해본다.


그때 여성 작가가 말문을 열었다. 나는 와인을 꽤 마신 상태라 그녀의 작품이 무엇인지 헷갈렸다. 동물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 여자는 동물 이야기를 썼다. 나는 그녀에게 다리를 더 보여주면 그녀가 훌륭한 작가인지 아닌지 말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녀는 다리를 보여주지 않았다. 아르토에게 충격요법을 썼다는 정신과 의사는 나를 계속 빤히 쳐다보았다. ⋯

그날 밤 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마시고, 먹고, 마시고, 또 마셨다. 마치 모두가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존재란 그저 농담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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