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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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다자키 쓰쿠루는 학창시절 완벽한 결속감을 느끼게 하는 무리에 속해있었다. 그룹에 속한 다섯 명 중 쓰쿠루만 도쿄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대학을 다니던 쓰쿠루는 어느 날 자신이 그룹에서 배제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는다. 그 충격으로 그는 다섯 달 동안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게 된다. 그 시기를 지나온 후 다자키 쓰쿠루는 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그룹에서 다자키 쓰쿠루는 유일하게 이름에 색깔이 들어가있지 않았다. 친구들은 장난처럼 그것을 놀리기도 했다. 쓰쿠루는 친구들을 통해 깊은 행복을 느끼면서도 자신에게 색채가 없다는 사실에 늘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쓰쿠루가 그룹에서 배제되었을 때도 쓰쿠루는 '내가 색채가 없어서일까?'라고 자신에게 의문을 던진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어른이 되어 미래를 함께하고 싶은 이성 사라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통해 자신이 오래 묻어두었던 과거를 파헤쳐야 함을 깨닫게 된다. 쓰쿠루는 이제는 와해된 그룹의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과거에 자신이 왜 배제되어야 했는지, 마음 속 깊은 곳에 오래 묻어둔 그 질문을 꺼낸다. 그 과정에서 쓰쿠루는 자신이 그 그룹 안에서 중요한 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 글을 읽을 때는 쓰쿠루가 나와는 다른 사람 같았다. 스스로 색채가 없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글을 읽다보니 내게도 색채가 없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음악인들과 있을 때였다. 음악가들을 만나면 나는 그 안에서 늘 겉도는 듯한 기분을 받곤 했다. 작곡가라고는 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것도, 피아노를 잘 치는 것도 아닌 나는 너무나도 뛰어난 실력의 화려한 연주자들 사이에서 얼마간 주눅이 든 채로, 그들을 동경하는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에게도 나는 볼 수 없는, 나만의 색채가 있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돌이켜보면 내가 없었다면 지속되지 않았을 법한 그런 무리의 관계도 종종 있었다. 슬픈 일이지만, 모두가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순 없다. 그것을 받쳐주는 사람도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도 그 나름대로의 무게와 존재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런 과거의 내 모습을 돌아보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쓰쿠루가 '놓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성인 사라에게 자신의 상처를 뒤로하고 온 힘을 다해 진심을 전하려 노력하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나도 관계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애썼지만, 그러다보면 늘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생각에 잠식 돼 오히려 꼭 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말을 뒤로 미루곤 했다. 우선은, 꼭 해야 하는 그 말을 가장 먼저 꺼내야한다. 그 뒤로 나만의 '특별한 역'을 만들어가면 된다.


“난 두려워.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또는 무슨 잘못된 말을 해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그냥 허공으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게.”

에리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역을 만드는 일하고 마찬가지야. 그게, 예를 들어 아주 중요한 의미나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약간의 잘못으로 전부 망쳐져 버리거나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 설령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역은 완성되어야 해.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는 거기 멈출 수 없으니까.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할 수도 없으니까. 만일 뭔가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는 거야. 먼저 역을 만들어. 그 여자를 위한 특별한 역을. 볼일이 없어도 전차가 저도 모르게 멈추고 싶어 할 만한 역을. 그런 역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거기에 구체적인 색과 형태를 주는 거야. 그리고 못으로 네 이름을 토대에 새기고 생명을 불어넣는 거야. 너한테는 그런 힘이 있어. 생각해 봐. 차가운 밤바다를 혼자서 헤엄쳐 건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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