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신 게 있지요. 무엇일까요? 바로 의로움(義)과 어짊(仁)입니다. 이 의로움과 어짊이 오로지 하느님의 법칙입니다. 이것을 공경하고 이것을 받들면서 오히려 잘하지 못할까 봐 항상 두려워해야 하는데 어떻게 어리석게도 미친 짓으로 구차하고 스스로 천한 행동으로 다시 낮아질까요? 응큼하게 눈치보고 곡해 해서 들으며 그 팔다리를 게을리하여 하늘의 밝은 뜻을 더럽히고 사람의 인륜을 함부로 하여 오히려 천한 흐름으로 빠져버리는 것을 좋다고 하니 어처구니 없게도 여러가지 죄악이 모여드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거울로 삼아서 이 마음을 공경하고 또 조심하여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두운 방안에서도 벌거숭이처럼 훤하게 보일 듯 하겠습니다. 찰나지간에도 그리고 어지럽고 힘든 상황에서도 옥구슬을 잡은 듯이 그리고 가득한 물동이를 들은 듯 조심하겠습니다.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지만 어떻게 감히 태만할 수 있겠는가요?
 
惟皇上帝 降此下民 何以予之 曰義與仁 維義與仁 維帝之則 欽斯承斯 猶懼弗克 孰昏且狂 苟賤汙卑 淫視傾聽 惰其四肢 褻天之明 慢人之紀 甘此下流 衆惡之委 我其監此 祗栗厥心 有幽其室 有赫其臨 執玉奉盈 須臾顛沛 任重道悠 其敢或怠.

개인적으로 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선이 망한 이유를 주자 때문이라고 심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그건 찌질이들의 찌질한 넋두리일 뿐이다. 주자가 신유학(성리학)의 체계를 확립했고 이후 그의 사상이 동아시아의 주류가 되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시대적 상황일 뿐이다. 나라도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알까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간혹 성리학자들의 글을 읽다보면 불가와 도가의 지적재산권을 심하게 왜곡한 면도 많다.

글 내용이 좋긴 하지만 무언가 숨이 콱콱 막히는 느낌이다. 주자의 고지식하고 왜골수적인 면이 행간에서 느껴지는데 이 시대(자유 만끽자)의 눈으로 보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독한 원칙주의자는 자칫하면 고루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원칙을 타자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하면 문제가 될 뿐이고 아마도 내가 보는 주자의 마음이 그러한 것은 성리학에 대한 나만의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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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중마방(古鏡重磨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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