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78

오랜만에 장시간 장거리 운전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다. 나의 정신은 집밖에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하여 낯가림이 심하다. 그래서 여행을 별로 즐기지 않는 성격이다. 이번에도 거의 날밤 셌다. 거기다가 어제 오늘 합쳐서 10시간 정도 운전까지 했으니 녹초가 될만도 하다. 그렇지만 내장산의 백양사는 그러한 몸과 정신의 피로를 충분히 보상해 줄만큼 영성적으로 인상적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배낭영성의 후속으로 우리나라 사찰 및 서원을 주제로 영성기를 기획해보는 게 어떨까? 백양사에 대한 후기는 조금씩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런데 전라도 지역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게 왜일까? 경상도와 강원도는 젊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혹은 일때문에 다녔던 곳인지라 최근의 여행지들에서의 감흥과 비교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영성을 주제로 다시 그지역에 속한 곳들을 찾아간다면 분명히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정신적 촉이 발동할지도 모를일이다. 그때와 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변했고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백양사는 정말 멋졌다. 그리고 내년 일월에는 나와 아주 친한 친구가 선운사의 행자로 들어간다고 하니 여기로?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에서 도시문명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니 달콤하고 달달한 집이 그립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