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136
1
집에서 도서관까지 거리가 꽤 된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니 무더운 여름에 도서관까지 걷다가는 땀범벅이 된다. 게다가 콘돌 머리이니 한여름에는 항상 마음을 단디 먹고 손수건에 물을 적신뒤 정수리에 펼쳐놓고 걷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비올 듯 말듯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니 꼭 늦 봄의 산책하기 좋은 기분이었다. 책을 반납하려고 가는 마음 길이 하늘에 흐린 먹구름이 낀 것과 다르게 뽀송뽀송 산들산들 하였다.
2
가로수의 은행나무와 조그마한 공원의 경계면에 있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를 보다가 은행나무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차가 다니는 도로 쪽의 은행나무 잎과 가지는 무성하지만 공원과 보도블록 사이 부분의 은행나무 가지와 잎은 느티나무 가지의 침범으로 반뻬이 은행나무로 자연스럽게 적응해가고 있다. 은행나무가 양보한 것일까? 느티나무가 협박한 것일까? 느티나무 싸가지가 바가지다.
3
도서관에서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이 읽고 싶어졌다. 다행이 비치중이어서 대출하였다. 뒷면 헤르만 헤세의 구절을 인용한다.
나무는 우리보다 오랜 삶을 지녔기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긴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안에도 나무는 우리보다 더 지혜롭다
4
그많은 헤세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그의 다른 에세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도 함께 빌렸다. 첫 페이지에 언급된 그의 메모가 인상깊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니...
피터님은 그저 매일 매일 즐겁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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