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135

in SCT.암호화폐.Crypto2 years ago (edited)

선운사의 아침.gif

선운사에 들어가서 행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간간히 보내주는 사찰 풍경이 보기 좋다. 그친구가 1월에 입산했으니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간다. 9월에 하산하여 서울에 있는 절에 머무르다가 내년3월에 김포에 있는 승가대학에 들어간다고 한다. 4개월정도후면 그 친구의 행자 생활에 대하여 자세하게 들을 것이다. 절에 들어가기 전에 나도 같이 스님 되자고 몇번 제안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아직 강한 욕망의 찌그러기라서 절대 못한다고 절래절래 흔들었다. 스님도 시절 인연이 있다.

새벽에 보내온 사진인데 사찰에서 바라본 건너편 산에 자욱하게 깔고 있는 새벽운무가 해가 뜨면서 걷치고 유리색 하늘을 드러내는 모습이 운치있다. 잠에서 깨어나는 과정도 이와 같을 것이다. 깜깜이 어둠의 깊은 잠 무의식 속에서 암흑의 색깔이 서서히 옅어짐과 함께 새까맣게 흩어져 쉬고 있던 정신이 슬그머니 이러한 운무처럼 서서히 모여들다가 어느 순간 청명한 유리 색깔로 바뀌어지는 이러한 과정을 깨어나는 동안 선명하게 알아차릴 정도의 항상 깨어있음이 수행자의 목표이다. 이렇게 잠의 과정, 죽음의 과정, 깨어남의 과정, 태어남의 과정도 자연의 풍경을 관찰하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데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일어나버리니 항상 무명(無明) 중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하긴 불교의 만법유식(萬法惟識)이 의미하는 바대로 내가 바라보는 경계 모두가 마음이 드러난 현현이니 이러한 풍광도 내 마음이 만들어가는 대로 보여지는 것일게다.

몬세라트의 운무.png

3년전 스페인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순식간에 바뀌어버리는 눈앞에 모습을 보다가 흐리멍텅함과 또렷함도 제 마음 손바닥 뒤집듯 한끝 차이란 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그래도 항상 끈적끈적한 탐착적 마음 속에 있으니 이러한 생각조차 강박이 되어 그냥 내버려두자 내버려두자 하고만 만다.

KakaoTalk_20220608_211216633.jpg

어제 모처럼 종로로 서울나들이 갔다. 꽤 오래된 홍탁 전문점인데 8년전즈음 여기서 삼합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홍탁을 먹어서 그런지 홍탁한 마음에서 이런 개운한 정신 넋두리한번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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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즐겁고 열심히 사는 것이 삶의 목표인데,
피터님 포스팅 보다보면 제가 조금 거시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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