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누가 내 앞에서 갑자기 쓰러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랜만에 늦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습니다.

코로나 이슈가 끝난데다 내일 휴일이라서인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더군요. 택시 부르려는 사람들도 가득하고 해서, 지도맵을 보니 막차로 갈 수 있길래 지하철을 타러 갔습니다.


별 생각없이 핸드폰으로 웹소설을 보면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앞쪽이 깜깜해지더니 고개 숙이고 있던 제 머리를 툭 치더군요.

뭐지? 생각했는데 툭 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대로 무게가 실리면서 밀어오길래, 무의식중에 뒤로 발걸음을 옮겨서 비켰습니다.

고개를 들어 봤더니 키가 큰 마른 여성분이 뒤로 기댄 것이더군요. 앞에 뭐가 있어서 뒤로 움직이다가 나를 쳤던건가... 뭐 그냥 이정도는 참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분이 뒤로 쓰러지는 겁니다.

어...?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서 뒤로 물러난 상태로 일단 있었습니다. 순간 든 생각은, 난 그냥 피하기만 한 것인데 설마 내가 쓰러뜨렸다고 하려는건 아니겠지?

다행히 넘어진 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시 일어났습니다.

멀쩡해 보이길래 잠깐 졸다가 넘어진건가... 하고 넘어갔습니다. 다만 괜히 불안해서 근처에 안가고 멀리서 거리 유지하면서 지하철 기다리기.


몇 초 후, 이분이 앞으로 넘어졌습니다. 지하철 승강장에 요새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 거기에 말 그대로 꽝 박고 문 앞에 쓰러졌어요. 안경도 옆으로 튀어나간 것으로 보아 말 그대로 정신을 순간 잃은듯.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순간 든 생각은 여기 지금 얽히면 곤란할 수 있겠다 였습니다. 그분 앞에는 슬라이딩 도어, 그분 뒤에는 빈 공간 후 제가 서있었던 데다 아까 처음 넘어질때도 제가 뒤에 있었으니 누가 당신이 그랬지! 그러면 이거 황당하게 고생할 것 같더군요.

  • 만약 그 쓰러진 여성분이 저를 가리키면서 당신이 그랬지? 그러면 저는 갑자기 경찰에 끌려갈지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반응이 늦어서인지 주변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아 보였습니다.

옆에 서 있던 한 여성분 - A라고 하겠습니다 - 이 괜찮으세요? 하면서 부축하려 했으나, 축 늘어진 사람을 혼자 들기에는 역부족.

그 외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옆줄 맨 앞에 서 있던 젊은 남성분(B) - 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 이 다가가야 하나, 하면서 어색해하는게 느껴지는 상황.


A가 고개를 들고 B 쪽을 보면서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니 거기서 뭐 하는 거에요!"

B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당황한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저...요?"

A가 다시 소리를 지릅니다. "와서 돕던가 119에 전화하던가 해야죠!"

B는 어...? 하는 표정으로 전화기를 꺼내듭니다. 그 사이 A 근처 다른 여성분들이 가서 부축해서 쓰러진 분을 일으켜 세우고 안경도 다시 줍니다.

쓰러진분은 뭔가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만 짓고 있고 어떤 목소리 한번(신음조차 없었던듯) 내지 않는 기묘한 상황.


그러는 동안 지하철이 들어왔습니다.

어머 저거 뭐야? 등의 술렁술렁 소리를 뒤로 하고 지하철에 다들 탑승.

그 와중에 쓰러진 분을 지하철에 태워야 한다, 승강장에 둬야 한다, 119를 불러야 한다, 등등의 소리도 들렸고,

A가 B에게 뭐라고 하고 B가 "대체 나한테 왜 이러세요?" 하는 것까지 들으며 저도 탑승.


곧 지하철 문이 닫히고 떠났고, 이후 지하철 안은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막차를 타고 저는 집에 돌아왔구요.

다만 지금도 계속 머리속에서 뭘 어떻게 했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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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는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따르는게 맞는데, 미리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의 경우에 저런 상황에서는 쉽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원칙적으로는 1) 의식 소실 확인을 한 뒤에, 의식이 없으면 119부터 부르는게 맞고요, 그 다음에 2) 미세하게라도 호흡이 있나 10초정도 체크하고 호흡이 없고 맥박이 없으면 우선 3) 가슴 압박에 들어가야 합니다. 지하철 역이니 자동제세동기(AED)가 있을 것이기에, 이것도 활용하면 좋고요.

(대부분은 2에서 호흡이 있고 맥박이 있거나 할거에요. 물론 119를 불러야하는 건 변함없습니다.)


저 경우에는 보통 미주신경성 실신이 제일 흔하고, 그 다음에 저혈당이나 부정맥, 뇌졸중 등을 의심해봐야합니다.


보통 "도와주세요" 하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CPR 상황에서 특정 누구를 지목해서 도와달라 등으로 하는 식으로 교육하긴 합니다만, (그래서 A가 B를 콕 집어서 이야기한 걸 겁니다) 아무래도 당황스럽긴 하겠죠.

오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저렇게 하는 것이 원칙이군요.

저분은 의식이 있긴 했던듯하고 (호흡은 당연 있었을듯)... 근데 119 부르면 부른 사람이 거기서 같이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걸까요?

의무는 아닌데 아무래도 119 신고해준 사람이 같이 있으면 도움이 되긴 할겁니다. (기다리는 중간에 갑자기 심정지 오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지하철역이니까 "(당직) 역무원을 부른뒤 인계한다"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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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난감하네요. 저는 지하철을 몇십년 탔지만 저런일은 아직 겪지 않았습니다. 만일 겪게된다면 앞으로 지하철 안타게 될지도..

저도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눈앞에서 일어난 건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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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세상에 누가 여자를 도와줄 생각을 하겠습니까?

간질환자일수도 있을거 같네요 간질이 심하지 않은경우 그렇게 정신잃고 쓰러지더라구요. 겉은 멀쩡한데 가끔씩 발작이 오는거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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