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굴 나들이

택시 타고 집에 오니 새벽 다섯시. 어제는 친구 작업실에 가서 밤새 음악을 듣고 술을 마셨다. 안부 연락을 하다 친구랑 음악 들으면서 술 마실 건데 시간 되면 오라는 말에 냉큼 찾아간 게 어제 약속이었다.

어제는 친구가 팀을 결성하고 처음 합을 맞추는 날이었다. 둘은 대학 동기였고 나는 그들과 어색한 사이였다. 서먹한 채로 치킨을 포장해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와 얼음컵을 샀다. 둘은 위스키를 마셨고 나는 맥주를 홀짝였다.

친구의 작업실은 망한 분식집 간판을 달고 있는 오래된 상가였다. 건물이 낡아 에어콘도 없고 모기도 많았지만 음악을 크게 틀 수 있었다. 우리는 향을 피우고 시끄러운 음악 소리 아래서 술을 마시고 크게 웃었다. 우리는 이곳을 아편굴이라 부르기로 했다.

시작은 Bon Iver의 앨범이었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음반이었다. 그 후로 친구가 가지고 있는 LP 몇 장을 들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도 들었다. 각자 작업 중인 음악, 지인이 만든 음악, 예전에 만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의견을 나눴다.

음악을 듣다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주를 시작했다. 친구가 피아노 뚜껑을 열자 다른 친구는 기타를 꺼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나는 소파에 기대 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흥이 올랐을 때는 내게 주어진 작은 키보드로 연주에 참여했다.

술을 한참 마시고 잠깐 걸으러 나왔을 때, 근처 공원에 앉아 친구가 녹음해둔 우리의 연주를 들었다. 술기운이 올랐는지 마냥 좋게만 느껴졌다. 두 사람의 연주는 좋았고, 내 연주가 그들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나도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잠깐 쓸쓸해졌다.

작업실에 돌아와서는 셋이서 나란히 누워 짧게 명상을 해봤다. 잘 되진 않았다. 그렇게 하루가 끝났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떠나고 친구는 단톡방을 만들어 우리의 연주와 우리가 들었던 음악을 카톡에 남겨주었다. 적당한 숙취와 함께 어제 같이 들었던 음악을 하나씩 다시 들어 본다. 오늘은 밖에 안 나가고 푹 쉬기로 했다. 나도 오늘은 작업을 해볼 생각이다. 그냥 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