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에서 내담자의 자아경계 세우기: 내가 투사한 것 도로 가져오기

in #dclick8 years ago (edited)

내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것은 지혜의 원천이며, 타인들에 대한 감정 이입과 연민의 원천이다. 내가 나 자신의 나약함과 파괴성을 인식함으로써 그들과 동일시할 수 있다면, 타인들의 고통을 진실로 이해할 수 있다. -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 1판 8쇄 63쪽.

'어른다움', '어른스러움'이란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싶을 때 자기의 취약성이 건드려진 것임을 인식하는 특성도 포함할 것입니다.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는 만큼 타인을 내 안에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취약성을 받아들이지 못 한 결과일 수 있죠.

인간인 이상 누군가를 비난하고 뒷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디 있을까요.

다만 비난할 때 하더라도 그게 상대방의 문제라기보다 내 문제일 가능성이 높음을 염두에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내가 약해진 상태에서는 내 문제를 들여다 보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약해진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요?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싶어지는 상태입니다.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강한 사람입니다. 자기가 오징어임을 인정하는 사람은 자기 생겨먹은 것이 삶에 별 지장이 안 됩니다. 하지만 자기가 오징어라고 인정을 하기 어려우면 다른 사람이 날 오징어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할 가능성이 높죠.

인정을 못 하니 타인에게 투사되는 거죠. 너 왜 날 오징어로 보냐며 버럭하기쉽습니다.

인간 마음의 작동 방식이 대부분 그렇듯 이 또한 무의식적인 과정인지라, 오징어라며 비난하는 태도가 내꺼가 아니라 애초에 남꺼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비난하겠죠.

내가 나를 못난놈으로 보고 있는데 남이 나를 못난놈으로 손가락질 하고 있다며 격분합니다.

러프하게 표현했지만 이런 사고 과정이 피해사고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피해사고가 많은 상황에 일반화되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지속되면 망상이라고 부릅니다.

Schizophrenia의 Schizo가 제가 알기로는 분열(splitting)이라는 뜻인데 자기 취약점, 즉 self의 bad-part가 splitting돼 다른 사람에게 투사되니 다른 사람이 나를 박해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신병에 대한 심리치료는 그래서 내꺼를 내꺼라고 인정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긴긴 여정이 됩니다. 나를 박해하려 했던 그 사람 역시 나약함과 파괴성과 희노애락을 지닌 '불완전한 인간'임을 수용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저의 흑역사를 예로 들면, 전 직장의 기관장이 아무리 #@$%^&였어도 그 역시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딸이고 듬직한 언니였을 것입니다.

공격당하고 있다고 피해의식적으로 지각하는 순간에는 이런 것이 의식으로 올라오기가 어렵죠.

신경증 상태에서도 의식으로 올라오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정신병은 어떻겠습니까.



정신병 치료에는 보통 몇년도 모자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발도 잦죠. 드라마틱하게 정신병이 개선됐다면 그건 정신병'적' 증상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분이나 성격장애에 따른 일시적 증상이었거나 섬망이었거나 기타 등등이었을 수 있죠.

나만큼이나 다른 사람도 울고 웃는 한 인간일 뿐임을 인식할 수 있는 것, 제가 이해하기로는 이게 바로 대상항상성이란 말의 뜻입니다.

엄마가 내게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고 지각할 때도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내 곁에 있을 거라는 믿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엄마의 나쁜 행동 한두 번으로 인해 관계가 훼손되지 않습니다.

'그 때는 엄마가 너무 미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엄마도 엄마 나름대로 불안하고 힘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blah blah~' 흔히 할 수 있는 말이죠? 하지만 정신병을 지녔던 환자가 이런 얘기를 할 때 그 무게감은 남다를 수 있습니다. self의 good-part와 bad-part가 통합이 되는 동시에 대상항상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는 초석이 생긴 거죠.



정신병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자신의 취약점 혹은 bad-part를 의식의 수면으로 끌어올려 인정하는 것은, 제가 생각하기에 혼자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저나 여러분도 다른 사람이 그걸 누르면 터지는 취약점, bad-part, 혹은 마음속 지뢰를 몇 개 가지고 있게 마련인데, 상담을 통해서 이런 지뢰를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한 번 끌어올린다고 해서 지뢰가 안 터지는 건 아닙니다. 살면서 여러번 터지지만 일단 인식이 됐으니 밟지 않을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지뢰를 밟기 전에 알아차린 결과 지뢰가 터지는 걸 피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누가 그 지뢰를 눌러도(사실 자기가 누르는 것에 가깝지만 아무튼) 안 터지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정신분석 용어로 훈습(working through)한다고 합니다.

훈습하는 과정이 곧 조금 더 어른스러워지는 과정이죠. 다른 말로 하면 보다 온전한, 정신차린, 마음챙김하는 내가 되는 것입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 심리평가는 가급적 한국 임상심리학회와 상담심리학회에서 주관하는 자격증[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 2급, 상담심리전문가(상담심리사 1급)]을 지닌 사람에게 받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어떤 자격을 지닌 사람인지 꼭 확인하세요.


관련 글)

  1. 구분하지 못하면 힘들어진다 by room9
  2. 심리평가가 자기평가가 되지 않으려면: 내 경험을 투사하되 오차가 있음을 늘 기억하기 by slowdive14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핸플뮤직 | 핸들 잡고 플레이 Ep. 007

E n v i oTouched by the sun (Rusch & Elusive's Chill...

logo

이 글은 스팀 기반 광고 플랫폼
dclick 에 의해 작성 되었습니다.

Sort:  

@slowdive14, go and place your daily vote for Steem on netcoins! http://contest.gonetcoins.com/

살면서 여러번 터지지만 일단 인식하는것,
알아차람이 있으면 밟지 않을 수 있는 확률이 늘어가는 것 같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